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에 법 위반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 처리 건수는 늘었음에도 제재 수준이 크게 약해진 것이다.
22일 공정위가 게시한 '2023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은 총 2503건으로 전년 2172 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작년 부과된 총 과징금은 3916억원으로 전년 8224억원 대비 52.4%나 줄었다. 2021년 한 해 동안 부과된 과징금만 1조8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솜방망이 제재'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과태료 처분은 전년(185건) 대비 52.4%나 증가한 282건을 기록했다.
강한 제재의 대표격인 고발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공정위가 고발한 건수는 39건으로 전년(29건) 대비로는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을 앞세웠던 2018~2019년엔 공정위의 고발건수가 각각 84건, 82건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건을 다루는 전원회의 개최 횟수도 크게 줄었다. 올 들어 공정위 전원회의는 단 9번 개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건 개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빈도가 크게 낮아졌다. 2021년 같은 기간엔 18건, 2022년 같은 기간엔 12건 전원회의가 개최됐었다.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이의나 소송 제기 건수도 크게 줄었다. 작년 공정위 처분에 대해선 38개 사업자가 15건의 이의신청을 제기했는데, 이는 2022년의 23건 대비 8건이나 줄어든 수치다. 2016년 이의 제기 건수가 51건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이의신청 제기율도 6.4%로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었고, 시정조치에 대한 소 제기율 역시 19.1%로 전년 대비 9.2%포인트(p) 하락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정부 시책에 따라 상대적으로 사건 규모가 작은 민생 관련 사건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게임 아이템 확률조작이나 입시학원 과대광고 등 정부 시책에 맞춰 공정위가 움직이다 보니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사건 처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원회의가 이렇게 뜸하게 열리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