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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위험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인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를 넘어 일반인들도 자산배분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을 가져가는 게 유효하다고 봤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해외 자산배분 공모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총 2021억원이다. 자산배분 펀드는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성과를 노리는 상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756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자산배분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PB는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자산배분 펀드에 대한 관심은 투자자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준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12.20%, 14% 올랐다.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것 아니냐'는 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혼재된 신호로 채권 시장도 변동성이 커졌다. 이에 이미 자산이 많은 고액 자산가들은 무리하게 돈을 불리기 보다 '지키는' 투자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해외 자산배분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1.05%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10.89%)보다 선방했다. 국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4.1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5년 수익률은 26.17%에 달한다. 상품 별로보면 '마이다스글로벌블루칩배당인컴혼합'의 1년 수익률이 46.61%로 가장 높았다. 미국 배당주와 우선주 배당 및 채권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글로벌 리츠에 주로 투자해 배당 수익과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분산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EMP 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EMP 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ETF에 투자한다. 주식, 부동산, 채권 등 여러 종류의 ETF에 투자해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다. 최근 3개월 간 EMP펀드에 246억원이 유입됐다. 3개월 수익률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5.41%, 1.84%다. 1년 수익률은 15.29%로 국내 주식형 ETF의 수익률(8.67%)의 약 2배 수준이다.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TDF 등 라이프사이클 펀드도 인기다. 최근 3개월 새 1조원 이상(1조211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TDF 상품명 뒤에 붙은 숫자는 ‘빈티지(은퇴시기)’를 의미한다. 빈티지가 높을수록 위험 자산 비중이 높은데, 국내에는 현재 2060년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TDF2060까지 출시됐다.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으로 22.57%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증시가 호황이었던 만큼 위험 자산 비중이 높은 펀드의 성과가 좋았다"며 "TDF 펀드는 미리 정해둔 비중으로 자산 배분을 하다 보니 시장 상황과 다르게 투자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만큼 일반인들도 자산배분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안정적으로 장기간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고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시중에 다양한 자산배분 상품이 나와있다"며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비중, 자산 비중 조절 주기, 환헤지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성향에 맞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