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분명히 보복할 텐데'…유럽연합이 속앓이 하는 이유

입력 2024-05-22 10:29
수정 2024-05-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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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EU(유럽연합)에 중국의 저가 수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전선을 제안했다. EU 역시 큰 틀에서 중국과의 무역 불공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다만 미국처럼 완전한 관세 장벽을 세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중국 시장 노출이 큰 EU 제조업체들이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폰데어라이엔 "우리 접근은 다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경영대학원에서 연설을 통해 "지금 중국의 산업 정책은 멀리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전략적으로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의 생존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경제적 외압에서부터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는 거시경제 불균형 등 미국과 유럽 각국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은 중국과 직접 대화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지난 14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중국산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이 "전략적이고 표적화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EU와 다른 국가들도 중국 조치에 대한 조사 및 구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 인터뷰에서 작년 9월 시작된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와 관련해 "과도한 생산 보조금의 혜택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며 '피해 수준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 부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은 인위적으로 값싼 제품으로 엄청난 과잉 생산량을 만들어 우리 시장에 넘쳐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은 공정한 조건에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덤핑 수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다만 그는 "우리의 접근 방식은 (미국과) 다르다"라며 "(중국과의) 경쟁을 원하고, 함께 무역하기를 원하지만 그것이 공정하고 규칙에 따라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중국의 수출 관행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같지만 미국처럼 완전히 대중국 무역을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제 발 쏘는 격" 獨기업은 보복우려이같은 대중국 무역정책에 대한 EU와 미국의 입장 차는 미·EU 제조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달리 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제복잡성관측소(OE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주요 자동차 수출국은 캐나다(169억달러·약 23조원), 독일(67억5000만달러), 중국(57억3000만달러), 한국(38억1000만달러) 순이었다. 지난 2월 월별 기준으로는 캐나다(14억6000만달러) 독일(5억5800만달러) 멕시코(3억7600만달러) 아랍에미리트(3억6800만달러) 뒤에 중국(2억9100만달러)이 있었다. 전체 자동차 수출 규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EU 최대 자동차수출국인 독일의 경우 2022년 가장 많은 자동차를 중국(205억달러·약28조원)에 팔았다. 미국(170억달러) 영국(123억달러) 프랑스(88억9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프라이스워터쿠퍼스(PwC)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49% 증가했다. 시장 평균보다 약 2배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EU 제조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마냥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은 보복 조치를 불러와 중국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이들의 우려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자신의 발에 총을 쏘는 격"이라고 밝혔고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CEO는 "항상 일종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생산 보조금에 상응하는 규모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전문업체 일렉트라이브는 전문가와 EU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10%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25~30%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슈미트 오토모비트 리서치의 마티아스 슈미트 창립자는 "작년 12월 UBS가 중국산 전기차를 분석한 결과 (보조금으로 인한) 30%의 비용 우위를 발견했다"라며 "이 정도 규모라면 EU는 징벌적 조치를 취하는 대신 (기울어진) 경쟁의 장을 평탄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 맞불 관세 검토중국 역시 미국과 EU에 '맞불 관세'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주재 중국상공회의소(CCCEU) 전날 성명을 통해 "대형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대한 일시적 관세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CCCEU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 EU의 반보조금 조사에 대한 예비 조치 준비와 같은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유럽과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