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때문이었나…故 구하라 자택 휴대전화 절도사건 재조명

입력 2024-05-22 08:59
수정 2024-05-22 09:00


고인이 된 구하라가 생전에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 유착 실마리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후 그의 집에서 벌어진 절도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하라의 휴대전화 등이 사라진 절도 사건은 2020년 1월 14일 새벽 12시 15분 발생했다. 신원 미상의 남성이 담을 넘은 후 개인금고를 훔쳐 달아났고, 이 모습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2019년 11월 구하라 세상을 떠난 후, 5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CCTV 영상 속 남성은 신장 175cm 내외에 안경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 남성은 자택에 침입한 뒤 고인이 살아있을 때 설정해둔 비밀번호를 눌렀으며, 비밀번호가 맞지 않자 2층 베란다를 통해 집에 침입해 고인이 사용하던 개인 금고만 훔쳐 달아났다. 이후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 씨는 정식으로 절도사건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구하라의 지인들은 남성이 가로·세로 약 30㎝ 크기의 금고만 훔쳐 달아났다는 점, 마치 집 내부 구조에 익숙한 듯 금고가 보관돼 있던 옷방으로 직행했고 다른 고가품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하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인물의 사주를 받은 제3의 인물의 소행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범인이 침입한 2층 베란다와 연결된 다용도실은 금고를 보관 중이던 옷방으로 이어지는데 외부인은 이 구조를 알기 힘들다는 것.

더욱이 금고가 도난당한 시점이 구호인 씨가 49재를 마치고 본가로 내려간 직후라는 점에서 집이 비길 기다렸다는 듯 범행을 저질렀다는 반응도 나왔다. 범인이 금품을 노린 단순 절도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하라의 개인금고에는 값비싼 귀금속 외에 재테크하면서 작성했던 계약서,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 등을 보관해왔다. 특히 휴대전화에는 개인 정보들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던 것. 구하라 가족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변호사도 "거기(금고)에 뭐 이거(귀금속) 외에 뭐 되게 더 중요한 게 있냐는 생각도 든다"며 "구하라 씨와 구하라 씨의 지인만 아는 되게 중요한 게 뭐가 들어있지 않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9개월이 넘는 수사에도 CCTV 속 남성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채 미제 사건으로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하라와 친한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들이 알아볼 법도 한데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은 CCTV 속 용의자의 모습을 보고도 떠오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MBC에 "범인의 복장과 침입 과정 등을 봤을 때 범인은 전문 절도범이 아니고, 평소 신체 활동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입은 옷 같은 경우도 야광 같은 게 번뜩이는데 (전문가라면) 저러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인이 와본 장소면) 이렇게 조심스럽게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범인이 동선을 왔다 갔다 하는데, 여긴 처음인 거다"고 사주를 받고 절도를 한 것으로 봤다. 이어 "빠르게 하려고 다른 거 손 안 대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바로 나오는 형태라고 보면 금고 속에 무언가가 진짜 시급한 사람에 의한 절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휴대전화에 집중하면서 "휴대폰 같은 경우 요즘 사설에서도 포렌식이 된다"며 "구하라 씨의 세컨폰이라든가 아니면 다른 어떤 개인적으로 썼든 사적인 폰 같은 거라고 하면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시킨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