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화장품 등 소비재 관련주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외에 뚜렷한 테마나 주도주가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소비재로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국내외 판매량 회복과 원재료값 안정화에 따라 소비재 기업의 실적 개선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재 ETF 고공행진
21일 코스콤 상장지수펀드(ETF) 체크에 따르면 ‘KODEX 필수소비재’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1.61%로 집계됐다. 이 ETF는 KT&G를 18.54%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이 외에 아모레퍼시픽(14.76%), LG생활건강(11.04%) 등 화장품주와 오리온(5.46%), 삼양식품(5.20%) 등 식음료주를 주로 편입한다. ‘KBSTAR 200생활소비재’ ‘TIGER 200 생활소비재’ 수익률도 각각 10.24%, 9.59%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3.60%)을 크게 앞섰다.
식음료주, 화장품주 강세가 ETF의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식음료주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끈 종목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약 두 배 웃돌았다. 이날 삼양식품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근 1개월간 주가는 69.80% 급등했다.
삼양식품의 상승세는 다른 식품주로 옮겨붙었다. CJ제일제당, 동원F&B, 오리온 등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식음료 테마에 투자하는 유일한 ETF인 ‘HANARO Fn K-푸드’는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14.55%였다.
증권가는 ‘제2의 삼양식품 찾기’에 나섰다. 라면뿐 아니라 만두, 김밥, 치킨 등 다양한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식품업체들의 실적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의 미국 매출이 전체 해외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며 “K푸드 주요 품목이 각 국가의 유통망에 입점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 줄상향한동안 부진했던 화장품주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장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화장품주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최근 한 달 새 각각 30.42% 17.52% 뛰었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영업이익은 72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560억원보다 30% 많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화장품 수요 회복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주가는 20만원에서 22만원으로 올렸다. 지난달 이후 14개 증권사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중소형 화장품주인 실리콘투는 연일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화장품 ETF도 반전에 성공했다. ‘TIGER 화장품’(23.37%) ‘HANARO K-뷰티’(21.81%)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0% 이상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식음료 업종은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분류된다”며 “뚜렷한 시장 주도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재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