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작은도서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줄면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주민들은 “어린이들이 여가를 보내는 공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불만이지만 지자체는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경기도의 작은도서관 폐관 현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문을 연 도내 공립 작은도서관 중 141곳이 문을 닫았다. 경기도는 규모 33㎡ 이상 공간과 도서 1000권 이상, 열람석 6석 이상을 갖춘 공공·사립도서관을 작은도서관으로 지정해 지원해왔다.
200여 곳의 공립 작은도서관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사립 작은도서관은 개인·단체와 새마을문고, 아파트 등이 운영하는 형태로, 2022년 기준 1400여 곳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700여곳의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접근성이 좋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크게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올 들어 경기도의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이 줄면서 문 닫는 도서관이 늘고 있다는 불만이 고양시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는 올해 작은도서관 예산으로 21억572만원을 책정했다. 2022년에 비해 4분의 3 수준이다.
고양시에선 올 들어 공립작은도서관 16개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경기도가 고양시에 내려보내는 작은도서관 예산도 지난해 9404만원에서 올해 6753만원으로 줄면서 남아 있는 곳에서도 ‘아이 돌봄 독서문화프로그램’ 등 인기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두 자녀를 둔 고양시 주민 조모씨(47)는 “정부는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도서관을 없애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육아 환경을 개선하진 못할망정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마저 줄자 작은도서관들은 명맥만 유지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고양시 한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시가 지난해부터 보조금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했다.
고양시민들은 최근 ‘작은도서관을 지켜 달라’는 취지로 국민신문고 민원을 제기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고양시는 ‘폐관 예정인 작은도서관은 전부 시립도서관과 2㎞ 내에 있어 이곳을 이용하라’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2㎞를 이동하는 건 무리”라고 반발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