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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가 지난 1분기 미국 빅테크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중국 기업 투자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시 부양책과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주식시장 회복을 예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현지시간) 버리의 사이언자산운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징둥닷컴 주식은 지난해 말 20만 주에서 올 3월 말 36만 주로 증가해 펀드 내 비중이 6.11%에서 9.53%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그룹도 추가 매수해 12만5000주를 보유 중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업체 바이두(BIDU) 주식도 새로 담아 보유 비중이 4.07%에 이른다.
시장은 버리가 미국 빅테크 대신 중국 빅테크에 베팅한 점에 주목했다. 사이언자산운용은 펀드의 4~5%를 차지하던 아마존과 알파벳 주식을 지난 1분기 모두 비워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리가 미국 주요 기술 대기업의 지분을 완전히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 랠리 이후 성장 전망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디어 회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클라우드서비스 기업 토스트, 리조트 운영사 MGM리조트 등 14개 종목을 팔아치웠다.
버리는 중국 주식 반등에 기대를 걸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증시가 바닥을 치면서 1분기 사이언자산운용이 징둥닷컴과 알리바바그룹 베팅을 두 배로 늘렸다”며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노력과 중국 기업 실적 개선 조짐이 시장 반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징둥닷컴의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27% 넘게 올랐고, 알리바바그룹 주가(ADR)도 같은 기간 18% 이상 뛰었다.
버리는 금과 청정에너지 투자 비중도 늘렸다. 사이언자산운용은 1분기에 폐쇄형펀드(CEF)인 ‘스프롯 피지컬 골드 트러스트’(PHYS)를 44만 주 이상 신규 매수했다. 현재 시장 가치로 약 760만달러에 달하며 포트폴리오에서 7.37% 비중을 차지한다. 경제 불확실성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