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IP 인프라 컴퍼니 무븐트가 매쉬업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무븐트는 현대 무용 전공자이면서 스타트업 코리빙 스페이스 ‘논스’의 창립 멤버인 정의준 대표와 세븐틴, 방탄소년단 등의 안무를 짠 K-팝계의 스타 안무가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가 공동 창업했다. 춤 저작권 스타트업에 왜 투자했을까무븐트는 K-POP을 비롯해 글로벌 숏폼에서 유행하는 발레, 전통 무용, 아크로바틱 등을 댄스 IP로 유통하는 솔루션 ‘이모트 퍼블리셔’를 운영한다. 자체 개발한 3D 모션캡처 및 딥러닝 기술을 통해 댄서들의 안무를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에셋으로 제작해 게임 및 버츄얼 프로덕션에 제공하고 있다.
무븐트는 원작 안무가들이 저작권료 정산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댄스 IP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댄스 IP 퍼블리싱을 통해 안무가들의 인격권과 성명표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보호를 목표로 하며,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안무 분야 대리중개업 라이선스도 획득했다.
정의준 무븐트 대표는 “현재 3D계에서는 춤에 대한 에셋과 데이터에 대한 정교한 라벨링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태다. 고품질 3D 애니메이션 제작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무븐트는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면서 디지털 세상을 춤으로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안무 저작권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박은우 매쉬업벤처스 파트너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인기와 댄스 챌린지 열풍에 힘입어 댄스 IP의 에셋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라며 “전 세계 댄스 시장을 리드하는 K-POP 전문가들이 창업한 무븐트가 안무 저작권 분야의 유니버셜 뮤직 그룹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무 저작권, 새로운 '황금알' 될까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안무와 퍼포먼스는 K팝의 글로벌 인기를 만들어낸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음악이 재생될 때마다 음원 수익을 얻는 작곡가, 작사가와 달리 안무가는 그동안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무대 영상이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일회성 기획비를 주는 게 전부였다. 여러 댄서가 함께 참여한 안무는 누가 어느 부분을 짰는지에 대한 기록조차 없는 경우가 빈번했다. 안무가들이 저작권법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유튜브 틱톡 같은 영상 플랫폼이 떠오르고 K팝이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획사가 가수의 새 앨범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챌린지’용 안무다. 전 세계 MZ세대는 K팝 안무를 카피해 매일 수천 개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위츠’를 창업한 박진익 변호사는 “음악 저작권은 1990년대 노래방 문화가 퍼지면서 부가 수익이 생긴 뒤 작곡가에게 제대로 배분되기 시작했다”며 “최근 유튜브가 떠오르며 안무계에도 부가 수익이 발생할 기회가 새롭게 열린 것”이라고 했다. ‘스트릿우먼파이터’ 등 춤 예능의 인기로 안무가의 위상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해외에선 법적 분쟁도 벌어졌다. 미국의 유명 안무가 카일 히가나미는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자신의 안무를 2초가량 베껴 게임 캐릭터 감정 표현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2초 정도의 동작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결정이 뒤집혔다. 2초짜리 안무도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짧은 안무 저작권까지 보호된다면 안무가는 숏폼 영상을 활용한 라이선싱 비즈니스로 추가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해진다. 박 변호사는 “음원 수익을 배분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처럼 안무 전문 신탁단체가 구성돼 추가 수익을 안무가에게 배분하게 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