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두산밥캣 등 국내 건설기계 업계가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한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 대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공을 들인 결과다.
이들 지역에선 광산을 채굴할 때 쓰는 고부가가치 중대형 굴착기 수요가 많아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시장에선 신흥시장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올해 건설기계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확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광산 채굴 느는 신흥시장 공략21일 업계에 따르면 매출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23위(2022년 기준)인 HD현대건설기계는 2019년 13.9%였던 인도 시장 점유율을 올 1분기 17.4%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인도 시장 1위인 일본 히타치의 점유율은 30.2%에서 20.8%로 뚝 떨어졌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30년엔 점유율 30%로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철곤 HD현대건설기계 사장은 지난 10일 인도법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52t 초대형 굴착기를 올해부터 판매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려 10%대 영업이익률을 내겠다”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 1분기 전체 시장의 9.1%를 차지한 브라질 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글로벌 19위인 HD현대인프라코어는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타깃으로 정했다. 오는 9월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멕시코를 거점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중소형 굴착기와 휠로더 중심이었던 판매 포트폴리오를 대형 굴착기 위주로 바꾸기 위해 자원 개발 기업과 현지 정부를 상대로 하는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굴절식덤프트럭(ADT), 광산용덤프트럭(WDT) 등 광산 채굴 현장에 쓰이는 대형 중장비도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를 통해 2020년 8.5%였던 멕시코 점유율을 올해 13%, 2028년 16%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장점유율 20% 이상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선 고객 이탈을 막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로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며 “서비스 센터 확대, 운전자를 교육하는 트레이닝 센터 확대 등으로 주요 고객을 밀착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미 시장에 '올인'했던 글로벌 11위 두산밥캣도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미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이 회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질 등지에 굴착기, 백호로더 등 건설장비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북미→신흥시장으로과거부터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가장 큰 관심 시장은 중국이었다. 2021년 이들 기업의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각각 29%, 21%로 가장 컸다. 현지 건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 ‘애국 소비’ 바람이 불면서 중국 건설업체들이 자국 장비를 사들이기 시작한 데다 건설 수요도 꺾이면서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확 떨어졌다.
2022년부터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이 북미와 유럽으로 눈을 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현지에서 공장 건설이 늘며 건설장비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워낙 많이 팔다 보니 올해 주문은 상당폭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 재고가 많이 쌓여 수출 물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은 새로운 시장이 바로 인도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이다. 멕시코 칠레 페루 볼리비아에선 구리, 금, 은, 리튬 등 자원 채굴 수요가 늘고 있는 게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여파로 올해 건설기계 3사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신흥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작년 수준의 이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