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을 당한 필리핀 이주노동자에게 본국에 다녀오라며 현금 100만원을 내어준 의사가 8개월 만에 돈을 돌려받았다는 사연을 전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충남 아산 소재 현대병원의 박현서 원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입원한 30대 필리핀 이주노동자 A씨가 퇴원을 하루 앞두고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접하고도 본국으로 돌아갈 비용이 없어 막막해하자 100만원을 손에 쥐여 줬다는 사연을 전했다.
숨진 A씨의 아버지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고, 동생들은 나이가 어려 A씨가 보내오는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국으로 돌아가 부친 장례를 치러야 했던 A씨는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어 퇴원을 앞두고 침대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고.
A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박 원장은 그의 퇴원비를 받지 않고 100만원을 건네며 "필리핀 가서 아버지 잘 모셔요. 내가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요. 내가 빌려줬다는 얘기 절대 아무에게도 하지 말고"라고 당부했다. 이후 박 원장은 A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지냈다.
그렇게 8개월이 흐른 지난 18일, A씨는 만원권 지폐 100장이 든 봉투와 직접 쓴 손 편지를 들고 박 원장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A씨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건넨 편지에는 "작년 원장님 도움으로 아버지를 잘 모시고 이제 다시 입국해 돈을 벌고 있다", "너무 늦게 갚아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박 원장은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한푼 두푼 모아 이렇게 꼭 갚으려고 애를 쓴 걸 보니 더 눈물이 난다"며 "오늘은 100만원의 돈보다 A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한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박 원장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 "한 사람에게 살아가는 힘을 줬다" 등 반응이 나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