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세금 환급’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종합소득세 대상자가 많아지면서 전문가에게 세금 환급을 맡기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세무 당국은 이런 트렌드가 달갑지 않다. 세금이 제대로 부과됐는지 살펴봐 달라고 요청하는 핀테크 업체들의 경정청구로 업무량이 늘어나서다.
20일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정기 신고 기간(5월 1~31일)을 맞아 핀테크 간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는 지난달 세무 자동화 기업 지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세금 환급 시장에 진출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이달 세금 환급 서비스 세이브잇을 운영하는 택사스소프트를 18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세금 신고 서비스 ‘SSEM’을 운영하는 널리소프트와 종소세, 부가가치세 조회·신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세금 확인·환급 시장에선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삼쩜삼 누적 가입자는 2000만 명을 돌파했다.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는 “택스 테크(세금+기술) 시장은 환급액 기준으로 10조원, 수수료로도 3조원에 달하는 시장”이라며 “프리랜서와 개인사업자가 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 환급 서비스의 주요 타깃인 종소세 대상자는 2018년 691만 명에서 2022년 1028만 명으로 4년 새 48.8% 늘었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직장인도 환급 서비스를 찾고 있다. 연말정산 때 깜빡했거나 잘못 적용한 공제와 감면이 있다면 관련 내용을 수정할 수 있어서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국내 세정은 납세자 신고 중심으로 원천징수(회사에서 대리 납부)하기 때문에 납세 착오의 가능성이 높고 세법도 자주 바뀌어 납세자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는 이용자 확보를 위해 경정청구까지 대리하고 있다. 경정청구는 세금 내역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환급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처음 세금 공제 신고를 잘못한 경우에는 추징 세액을 납부할 수도 있다. 경정청구가 늘면서 일선 세무서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 몇천원 단위의 세금 부과 내역까지 새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지역 세무서 관계자는 “5월 종소세 신고까지 겹치면서 세무서마다 처리할 업무가 급증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는 세무 서비스업체 등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하는 곳의 국세청 홈택스 접속을 차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주완/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