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韓 해상풍력…중국산이 '싹쓸이'

입력 2024-05-19 18:25
수정 2024-05-20 00:53

중국 기업들이 2030년 100조원 규모로 커질 국내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하나둘 접수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 기준에 ‘전기 공급가격’ 비중을 60%나 배정한 탓에 사업자들이 국산보다 15~40% 싼 중국산 터빈과 해저케이블 등을 넣기로 해서다. 산업계에선 정부가 전기값 인상 억제에만 매달리다가 미래 유망 산업을 중국에 송두리째 내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바다 밑에 케이블을 깔아야 하는 사업 특성상 국내 해저 지형과 우리 해군의 작전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12월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 사업에서 △신안 우이(390㎿) △영광 낙월(364.8㎿) △완도 금일 1·2(총 600㎿) △전북 고창(76.2㎿) 등 다섯 곳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고정가격계약 입찰 제도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자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제도다. 사업자에게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 현재 0.1기가와트(GW) 수준인 국내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2030년 14.2GW 규모로 키우기 위해 도입했다. 14.2GW는 원자력발전소 15개와 맞먹는 발전 용량으로 투자비는 총 10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업계는 “고정가격 입찰 제도가 국내 풍력발전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호소한다. 사업자 선정 비중의 60%를 전기 공급가격에 책정한 반면 한국 제품 이용에는 20%만 배정해서다. 그러다 보니 영광 낙월 사업자는 풍력 터빈을 중국계 벤시스로부터, 해저케이블은 중국 헝퉁광전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고창은 터빈 공급사로 중국 2위 업체 밍양스마트에너지를 선정했다.

산업계에서는 ‘RE100’(신재생에너지 100%) 계획에 따라 폭발적으로 커질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우리 기업이 잡기 위해선 일단 국내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산업 보호·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영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은 물론 EU도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중국산 풍력발전 기자재 침투를 막고 있다”며 “이제 막 싹 튼 국내 해상풍력 관련 시장을 중국이 ‘싹쓸이’해 국내 기업들은 쇼크에 빠졌다”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상풍력시장은 세계 주요국이 다들 붙잡으려고 하는 ‘황금시장’인데 우리 정부만 다르게 인식하는 것 같다”며 “전기값 인상 억제만큼이나 국내 산업 보호·육성이 중요한 만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