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의 시간 외 매매(블록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가 지분을 포함하면 올해 4조8000억원 규모 지분이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됐다. 주요주주가 지분 1% 이상을 거래하면 30일 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지분을 미리 처분하려는 수요가 상반기에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삼성가 세 모녀의 3조1441억원 규모 블록딜을 포함해 지분 4조8226억원이 처분됐다. 삼성가를 제외하고도 1조6785억원 규모의 상장사 지분이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월) 블록딜 규모는 6870억원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요주주는 대부분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도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지난달 SK네트웍스와 SK 보유 지분을 각각 671만1044주, 8만5204주 처분해 447억원을 현금화했다.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과 박의숙 부회장은 세아홀딩스 지분 37만2000주(9.3%)를 블록딜로 처분해 357억원을 손에 쥐었다. 넷마블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 지분 250만 주(6%), 5300억원을 블록딜로 처분했고, 류광지 금양 회장도 지난달 3일 주가가 치솟자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주식 230만 주(4.55%)를 2439억원에 매각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알테오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의 대주주가 블록딜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했다. 알테오젠 공동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정혜신 박사는 지난 3월 지분 9160만 주(3.07%)를 3164억원에 블록딜로 매각했다. 지난해 상장한 마녀공장의 최대주주 엘앤피코스메틱도 올해 513억원 규모의 블록딜을 진행했다.
상장사 주요주주는 블록딜 30일 전 공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블록딜 공시 뒤 실행 전까지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