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자율무기 시스템 콘퍼런스’에 세계 140여 개국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전문가, 방위산업 기업 및 군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AI와 군사 기술의 결합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다양한 의견이 오간 끝에 ‘AI 킬러 로봇’을 막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를 주재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인류는 두 번째 ‘오펜하이머 모먼트’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AI의 통제 장치를 제때 마련하지 않을 경우 킬러 로봇이 핵무기처럼 인간을 대량 학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킬러 로봇 시대는 이미 열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인명을 살상하고 있는 드론이 시작점이다. 이스라엘은 병사와 AI 로봇으로 구성된 혼성 전투부대를 편성했다. 가장 진보한 AI 학습 모델인 차세대 통신(NEXT G) 기반 대규모행동모델(LBM)이 보편화하면 스스로 행동하는 킬러 로봇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명령을 받는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피아 구분, 작전 수립 및 추적, 암살 대상 식별, 나아가 인간 고문까지 자행하는 킬러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이다.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내에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병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네 발로 뛰어다니며 최대 10m까지 불을 뿜어낼 수 있는 화염방사기 장착 로봇 개가 미국에서 등장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화염방사기 업체 스로플레임은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4족 보행 로봇 ‘서모네이터’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 로봇은 어두운 숲속에서도 주변 탐색이 가능하고 뛰거나 달리는 상태에서도 긴 사거리의 화염을 방사한다. 미국 군사전문지 더워존은 “서모네이터가 AI를 탑재한다면 전장에서 매우 위협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세계 150여 개국은 ‘무기체계의 AI화’ 등 새로운 군사 기술이 심각한 도전과 우려를 야기한다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을 지지했다. 학계에선 NEXT G를 이용한 기술적 통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학교수는 “모든 로봇은 데이터 저장과 전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획기적인 통신기술 확보가 킬러 로봇 통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