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줄어도 가격 계속 오르네"…서울 꼬마빌딩 고공행진

입력 2024-05-19 18:13
수정 2024-05-20 00:34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 2층짜리 꼬마빌딩(대지면적 197㎡)이 최근 140억원에 매각됐다. 3.3㎡당 2억300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신사동 A공인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도산공원 상권에서도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다”며 “성수동 꼬마빌딩도 3.3㎡당 2억원씩 하다 보니 이 매물은 나오자마자 팔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가격이 500억원 미만인 꼬마빌딩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거래량은 적은 편이지만 서울 꼬마빌딩 매매가격(대지면적 기준)이 3.3㎡당 평균 87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높다. 초역세권, 강남·성수 등 핵심 업무지역을 중심으로 자산가와 영리치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꼬마빌딩 거래량 회복세19일 부동산 플랫폼 밸류맵에 의뢰해 분기별 꼬마빌딩(연면적 330㎡ 미만 상업·업무용 부동산 기준)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1분기 서울지역 꼬마빌딩 거래량은 265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697건에 이르던 꼬마빌딩 거래량은 이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2022년 1분기 476건, 작년 1분기 240건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265건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꼬마빌딩 거래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 지역의 꼬마빌딩 매매가격은 2020년 1분기 3.3㎡당 5944만원에서 2021년 1분기 7129만원으로 급등했다. 당시 아파트 규제가 강화하면서 풍선효과로 꼬마빌딩 매수세가 불붙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도 마찬가지다. 2022년 1분기 3.3㎡당 8021만원, 작년 1분기 8291만원을 나타냈다. 올 1분기엔 8781만원으로 90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1분기 3.3㎡당 매매가격이 가장 높았던 물건은 중구 명동의 대지면적 101㎡짜리 꼬마빌딩이었다. 3.3㎡당 7억500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 이 건물은 의류 쇼핑몰을 로레알에 6000억원에 매각한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가 매입했다. 김 전 대표는 이 건물을 포함해 명동에만 꼬마빌딩 4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 꼬마빌딩(대지 134㎡)은 182억원, 3.3㎡당 4억4800만원에 팔렸다. 신촌역 인근의 또 다른 꼬마빌딩(대지 93㎡)도 90억원(3.3㎡당 3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강남, 마포 등 ‘똘똘한 꼬마빌딩’ 관심지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꼬마빌딩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강남구 꼬마빌딩 거래 건수는 총 38건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압구정로데오 상권의 회복과 함께 신사동 일대에서 꼬마빌딩이 여러 건 손바뀜했다. 마포구(20건), 성동구(19건) 등도 사옥을 찾는 법인 수요 때문에 꼬마빌딩 거래가 작년 4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점쳐지면서 꼬마빌딩의 투자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빌딩 투자도 다시 활발해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강남권 고급 아파트 매매가가 가구당 1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크게 오르면서 꼬마빌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똘똘한 아파트’에 이어 ‘똘똘한 꼬마빌딩’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정경진 밸류맵 시장분석팀장은 “상업업무용 부동산은 거래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꼬마빌딩은 거래량이 줄어도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추세”라며 “투자자가 고금리에 익숙해진 데다 금리 인하도 예정된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꼬마빌딩 매수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기에 역세권 등 핵심 입지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조언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