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기후변화로 인해 농산물 등 식품 물가가 오를 경우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생산성을 높이는 등 공급 확대 노력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분석이다.
19일 한국은행과 IMF에 따르면 노르딘 아비디 IMF 이코노미스트 등은 IMF 연구보고서 '기후와 통화정책의 관계(The Nexus of Climate and Monetary Policy)'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아바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3년 1분기부터 2022년 2분기까지 중동과 중앙아시아 17개국의 경제지표 자료를 통해 통화정책과 기후와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강수량이 충분하고 기온이 평년 수준보다 낮은 긍정적 기후환경에서는 정책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5%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높은 부정적 기후환경에선 금리를 1%포인트 올리더라도 소비자물가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정적 기후환경이 식료품 물가를 높이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비식료품 물가는 금리 변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낮아졌지만 식료품 물가는 금리보다는 기후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디 이코노미스트는 "식료품 물가가 주도하는 인플레이션에는 긴축적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된다"며 "생산성 제고 노력 등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IMF의 연구 결과는 사과 값 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9% 상승했다. 3월 3.1%에 비해 소폭 내려왔지만 목표수준인 2%에 비해 높은 상태다. 사과(80.8%)와 배(102.9%) 등 과일류 물가가 급등한 것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도 IMF 보고서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등 농산물 물가 상승과 관련해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기후변화 때문에 생산이 줄면 유통을 개선해도 한계가 있다"며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지, 수입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