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위구르 블랙리스트

입력 2024-05-17 18:00
수정 2024-05-18 00:38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의 ‘돌궐(突厥)’은 투르크의 한자어 차음이다. 그 돌궐의 후예 중 하나가 위구르족이다. 18세기 청(淸) 건륭제가 위구르족 지역을 정복하고 붙인 이름이 ‘새로운 강역’이라는 뜻의 신장(新疆)이다. 위구르족은 20세기 들어 ‘동투르키스탄’이란 독립국을 두 번이나 세웠으나 결국 중국에 재병합되고 신장위구르자치구로 지정됐다. 제2 동투르키스탄 시절 소수민족 대표들이 베이징에서 회담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 중 의문의 추락사고로 전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한반도 8배 면적의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최대 행정구역이다. 중국 석유·천연가스의 30% 이상이 이곳에 묻혀 있고, 러시아 인도 등 8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위구르인들이 중국의 차별 정책에 맞서 저항운동을 벌이다 2014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신장의 우루무치를 방문했을 때 기차역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 대규모 강제 집단수용소를 운영하며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연상케 하는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감금, 고문, 장기 적출, 강제 불임, 집단 강간, 언어 말살, 한족과 강제 혼인, 이슬람 사원 파괴 등 인종 청소와 문화적 민족 말살 만행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집단수용소에서 공산당 세뇌 교육을 받은 위구르인들은 100만~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거대한 노동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세계 면화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이곳 면화 농장에서 강제노동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집단수용소 바로 옆에는 대규모 직물 공장들이 있다.

미국 정부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따라 신장 면화를 중국 내 섬유 제조회사에 공급한 유통업체 26곳을 수입 금지 리스트에 추가했다. ‘알·테·쉬’의 하나로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쉬인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신장 면화 사용 논란으로 사실상 좌절됐다. H&M, 나이키는 신장 면화 사용을 중단해 중국 내에서 불매 운동을 겪었으나 해외 소비자들로부터는 박수받았다. 이런 진실을 알고 나면 위구르 인들의 피눈물로 짠 옷을 입어선 안 될것 같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