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라운드가 열리는) 19일이 내 생일이다. 519(5월 19일)를 꼭 기억해달라."
'탱크' 최경주(54)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후배들을 제압하며 우승을 정조준했다. 17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다.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 동·서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둘째날, 최경주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뽑아내 7언더파 64타를 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 135타로 박상현 등 공동2위 그룹(1언더파141타)와 6타 차이로 압도적인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최경주는 이 대회에서만 3승을 거두며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전날 강풍 속에서 아들뻘 선수들이 오버파를 쏟아내며 무너질 때도 그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이븐파를 적어냈다. 이날 2라운드에서는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그린에 올린 공은 모두 핀에서 2m 안쪽에 붙었다. 4개의 파3 홀에서는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이날 그가 기록한 7언더파 64타는 핀크스GC에서 그가 거둔 최저 타수다.
최경주는 "오늘 경기를 시작하기 전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처음 본 퍼트 라인 그대로만 치자라고 다짐했다"며 "아이언 샷도 잘 떨어져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1년 전 바꾼 퍼터 그립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최경주는 "1년 전에 퍼터 그립을 보다 얇은 두께로 바꿨는데 적응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며 "퍼트에 자신감이 붙으니 칩샷의 부담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밝혔다. 그는 "2라운드가 끝나고 이 정도 성적이 나오면 누구나 우승을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주에 내 생일이 돌아오는데 꼭 기억해 달라"며 웃음을 지었다. 한국 남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며 자신의 생일을 자축할 준비가 돼있다는 뜻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