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할 바엔 집밥 먹자"…인플레에 사상 최고가 찍은 월마트

입력 2024-05-17 10:24
수정 2024-05-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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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물가 상승 부담에도 소비자들이 식료품, 필수품 구매를 위해 월마트를 찾은 덕분이다. ○호실적에 주가 7% 상승16일(현지시간) 월마트는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2월 1일~4월 30일)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6% 증가한 1615억달러, 영업이익은 9.6% 증가한 68억달러를 기록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예상치(0.52달러)보다 높은 0.6달러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 성장세를 보여주는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전자상거래 매출은 전년 대비 22% 뛰었다.

호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7% 가까이 급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월마트는 전날보다 6.99% 상승한 64.01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썼다. 2020년 3월 이후 최대 일간 상승 폭이다. 월마트는 올해만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에도 견고한 실적을 유지해온 것을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된다. 하지만 월마트는 높은 가격 협상력과 촘촘한 물류 체인을 바탕으로 필수품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수혜주로 인식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객들이 임의 소비재보다는 생필품을 구매했고 부유층 고객 사이에서 월마트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물가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월마트가 심각한 상황 악화를 마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미국 최대 민간 고용주로 약 160만명을 고용한다. ‘미국 경제의 풍향계’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시장에서는 월마트가 식료품과 같은 필수 소비재를 구축한 덕분에 긴 물가 상승기를 방어했다는 평가를 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분기 매출 증가의 이유를 식료품 매출로 꼽았다. 저렴한 식사를 위해 식료품을 직접 구매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레이니 CFO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요리해 먹는 가격보다 외식하는 가격이 약 4.3배 더 비싸다”며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젊은 고소득자 겨냥레이니 CFO는 1분기 실적이 연 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인 가구로 정의되는 ‘고소득 가구’에 의해 주도됐다고도 분석했다. 온라인 플랫폼인 마켓플레이스의 일반 상품 판매는 분기 중 거의 보합세를 나타냈지만, 반려동물, 미용 등의 카테고리 매출은 30% 증가했고, 가구나 스포츠용품 등 기타 카테고리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더 젊고 소득이 더 높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미국 전역 1400여개 매장을 현대화하고 새로운 자체브랜드 식품 브랜드 ‘베터굿즈’를 출시했다. 글루텐 프리, 식물성 식품 등 다양해진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한 브랜드로, 제품의 70%는 5달러 미만에 판매될 예정이다. 리뉴얼된 매장에서는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액티브 웨어 브랜드, 드류 베리모어와 함께 개발한 주방 및 홈데코 브랜드를 선보인다.


월마트는 사업 영역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자 상거래와 광고로 넓히고 있다. 아마존처럼 마켓플레이스도 구축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분기에 마켓플레이스 판매자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멕시코에서는 50% 이상 늘었다고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월마트의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 증가분의 3분의 1가량이 이러한 신규 사업에서 창출됐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