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패싱’ 인사 논란 이후 법무부와 이원석 검찰총장 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인사 시기를 언제 해달라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면 그 내용을 다 받아들여야 인사를 할 수 있는 거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6일 박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를 고려한 인사라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이 인사를 함으로써 그 수사가 끝났느냐”고 반문하며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장관을 너무 무시하는 말 아니냐. 장관이 인사 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을 만들어 하는 거지. 대통령실 누가 다 했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어 “나름 심각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자료도 찾아보고 한 다음에 인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인사를 한 것”이라며 “총장과는 협의를 다 했다”고 말했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해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검찰 인사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수사에 차질이 생길 거란 우려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사와 관계없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잘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박 장관과 이 지검장의 발언 요지는 이번 검사장 인사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총장이 지난 14일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취지다. 이 지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김 여사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형사1부장과 반부패수사2부장 유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부장검사 인사에서 명품백 수사를 맡은 형사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반부패수사2부장까지 이동하면 법무부와 이 총장 간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한 이 총장의 지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이 총장이 무시당하면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다음주 부장검사급 이상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인사 대상 기수에 오른 차·부장검사의 대규모 사표가 예상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