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 왜곡 논란이 있었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 주도의 경매제도를 도입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 시장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에너지솔루션, LS전선,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덕근 장관 주재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연평균 설비용량 6GW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보급하기로 했다. 1GW는 일반적으로 원전 1기 규모다. 정부는 RPS 제도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을 장기 고정 입찰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가 매년 신규설비 보급 목표량에 맞춰 입찰시장을 열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가격·비가격지표를 평가한 뒤 설비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낙찰된 사업자는 20년 고정가로 계약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산업부가 이 같은 경매제도 도입에 나서는 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그동안 RPS 제도를 통해 정부로부터 사실상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에너지시장에 왜곡이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RPS는 대규모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들이 매년 정해진 의무 비율만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대부분 발전사가 RPS 의무 비율을 채우지 못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했다. 대규모 발전사들이 의무 공급량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구매하다 보니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난립하는 문제가 생겼다. 한국전력이 보전한 REC 구매 비용은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은 “경매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의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싼 가격을 제시해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면서도 “영국 등 해외 재생에너지 선진국들도 RPS 제도를 경매제로 전환하며 내실을 다졌다”고 했다. 유 학장은 “낙찰에 실패한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생긴다”며 “RE100을 이행해야 하는 기업에 직접 전력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RE100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