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3대 완성차업체가 차세대 자동차에 탑재할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차량 디지털화를 두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중국 등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손을 잡는 모습이다.
16일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달 마련하는 ‘모빌리티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3사 소프트웨어 협력 등이 담길 예정이다. 3사는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내년 이후 협력을 시작한다. 다른 일본 완성차업체인 스즈키,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 등과도 협력을 검토한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다. 엔진, 부품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자동차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미 미국 테슬라, 중국 BYD 등은 시판하고 있다. 3사는 개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도요타 등은 2025년 이후 SDV에 대응하는 차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7개 분야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해 힘을 합친다. 반도체,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시뮬레이션, 생성 인공지능(AI), 보안, 라이다, 고정밀 3차원(3D) 지도 등이다. 이를 공통화하는 것이 목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자 개발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등 비효율적”이라며 “차를 움직일 때 필요한 기본 소프트웨어만 따로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량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SDV 보급이 확대되면 자동차 회사는 단순 판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SDV 경쟁에서 뒤처지면 부품, 소재 등 관련 사업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이미 유료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AI 등 첨단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디지털화 기술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일본 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대항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