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네트웍스 ‘보험 형제’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올해 들어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한 신한금융지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금융 계열사 전체가 지난해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지주를 제친 뒤 보험사 실적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보험사가 국내 금융그룹 실적의 희비를 가르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 2월 24일자 A1, 3면 참조 ○생명·화재 모두 실적 개선삼성생명은 16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줄어든 62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순이익이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벌어들인 일회성 이익(1370억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퇴직연금 해지에 따른 페널티 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고 말했다.
보험사 실적의 핵심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4% 증가한 8576억원이었다. 네 분기 연속 증가세다. CSM 실적에 유리한 건강보험의 비중은 53.5%로 전년 동기(31.9%) 대비 21.6%포인트 확대됐다. 이 역시 세 분기 연속 늘었다. 삼성생명의 별도 순이익은 6513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삼성화재는 연결 기준 702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6% 급증한 수치다.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상품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의 별도 순이익은 6839억원으로 나타났다. ○벌어지는 실적 차이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올해 1분기 벌어들인 전체 순이익(별도 기준)은 총 1조335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1조3215억원), KB금융(1조491억원), 하나금융(1조340억원) 등 국내 금융지주의 실적을 모두 앞섰다. 금융지주 1위 신한금융과의 차이는 137억원이다.
지난해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 등 삼성 금융네트웍스 전체 실적은 금융지주 1위였던 KB금융을 넘어섰다. 당시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지분율 71.9%)와 삼성증권(지분율 29.4%)의 연결 실적이 중복 반영된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도 기준일 뿐 아니라 삼성 계열 보험사 두 곳의 실적만으로 금융지주를 제쳤다. 삼성증권(2359억원), 삼성카드(1774억원)의 실적을 더하면 삼성 금융 계열사의 전체 순익은 1조7485억원이다. 신한금융과의 차이는 4270억원으로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국내 보험업계의 역대급 실적을 두고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아래 보험사 이익 지표인 CSM은 장기 보장성 보험의 미래 이익을 현재 이익으로 인식한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의 미래 이익에 대한 자의적인 가정이 회계에 반영될 수 있어 실적을 부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 금융 시장에서 보험사가 실적을 주도하는 만큼 상위 금융그룹 사이에서 보험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1·2위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신한라이프와 KB손해보험의 호실적 덕을 봤다”며 “보험 계열사가 없거나 약한 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