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AI 전력 수요, 예상치의 10~20배 웃돌 것"

입력 2024-05-16 14:11
수정 2024-05-16 16:06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AI)을 가동할 때 전력 소모에 따라 생기는 엄청난 열을 막기 위해 바닷속에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획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전기는 예측치의 두세배가 아니고 열배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문재균 KAIST 공과대학 학장(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은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유국희)가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연 '원자력 안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MOU) 체결 및 다짐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행사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개발할 전담 인력을 양성하는 데 산·학·연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다. 거대언어모델(LLM) 등 인공지능(AI)을 가동하는 데 드는 전력이 날로 급증하고 있어서다.

MOU에는 SMR 안전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 현장 맞춤형 대학원생 인턴십 과정 개발 및 운영, 기자재 공동 활용 등 내용이 담겼다. MOU의 첫 발로 KAIST와 포스텍에 SMR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대학원을 신설한다. KAIST는 공학 및 인문사회 융합 과정인 'NRC(핵 방사선 안전) 대학원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로 했다. 포스텍은 '원자력 에너지 및 거대과학센터(CNEMA)'를 새로 설립한다.

이날 행사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등 한전 계열사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한화 현대건설 등 기업, KAIST 서울대 등 대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 등 37곳 관계자가 참여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안위가 적시에 비를 내려주는 것 같아 감사드린다"며 "오늘 행사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구동할 때 드는 막대한 전력을 조달하는 데 현재와 미래 원전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산학연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정작 이런 원전을 개발할 인력 양성 과정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황 사장은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 발전 담당 기업 사장을 만났는데, 2년 전만 해도 연간 주정부가 필요한 추가 전력을 0.5 기가와트(GW) 정도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6GW가 됐다고 전했다"며 "이런 정도의 전력 수요 급증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오직 원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계는 인턴십 확대, 발전소 견학 등 현장 경험을 충분히 제공할 테니 많은 대학 교수님들이 논문 등으로 원전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국희 원안위 위원장은 "안전은 현장의 언어"라며 "책상에서 안전을 아무리 말해봤자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계하시는 분도, 장비를 만드시는 분도, 그 장비를 현장에 설치하시는 분도, 방사성 동위원소를 연구하는 분도 모두 각각의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원안위가 맡은 책무의 중요성을 볼 때 현재 조직의 규모와 기능이 너무 작다"며 장관급 부처로 지위 격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안위는 현재 차관급 조직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