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열릴 예정이던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회의가 6월로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 등 저출생 대책과 연관된 부처와의 협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다 최근 저출생 전담 수석실과 부처 설치 논의까지 겹치며 6월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저출산위 등에 따르면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던 대통령 주재 저출산위 전체회의가 6월로 잠정 연기됐다. 추후 개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는 작년 3월 윤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화 대응책을 발표했다. 작년 12월 2차 전체회의를 계획했으나 "저출생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고 회의를 연기했다. 이후 지난 2월 기재부 출신의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부임하며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담은 대책을 다음주 초 무렵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역시 기존 4월 중순 발표에서 미뤄진 것이었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지만 권한은 적은 저출산위와 세제·예산 카드를 쥔 기재부 간 협의가 이어지며 회의가 연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전재정을 중시하는 기재부는 무작정 지출을 늘릴 게 아니라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 저출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저출산위가 여러 사업을 (기재부에) 가지고 가면, 기재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며 "어떤 사업을 살리고 버릴지 등의 부분에서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저출산위와 협의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효성 없는 사업은 줄이고 필요한 것은 늘리는 등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하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의 연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대책 발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저출생 문제에 총력 대응한다는 취지로 "(대통령실 내에) 저출생수석실 설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부총리가 이끄는 조직으로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조직개편과 연계해 저출산 대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발표될 대책에는 육아휴직, 유연근로제 등 저출생 완화의 키로 꼽히는 일·가정 양립 지원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돌봄인력 확대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하는 등 저출산 대책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시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