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어 중동까지 증설 경쟁…英 셸, 亞 NCC 매각

입력 2024-05-14 18:44
수정 2024-05-15 01:55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도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설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의 ‘증설 러시’로 에틸렌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조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속속 늘리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의 감산 및 구조조정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석유기업 셸은 최근 싱가포르에 있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매각했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기업 찬드라아스리와 글로벌 원자재기업 글렌코어의 합작사 CAPGC가 이를 인수했다. 매각가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찬드라아스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 90만t에서 200만t으로 확 키우게 됐다.

셸이 아시아 설비를 매각한 건 중국 때문이다. 중국의 기초유분 자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중국 기업들이 남아도는 석유화학 제품을 동남아시아 등지에 헐값에 내다 팔고 있어서다.

석유화학 시장으로 눈을 돌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중동 정유사들이 생산설비 확충에 나선 것도 구조조정 움직임에 한몫하고 있다. 중동 정유사들은 조만간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사업영역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대다수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한 뒤 나온 나프타를 석유화학기업에 판매하는데, 앞으론 정유사가 나프타를 직접 분해해 기초유분을 생산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람코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10년간 석유화학 분야에 1000억달러(약 137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울산에 9조3000억원을 들여 초대형 NCC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가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유사들이 뛰어들면 50%가량 낮은 가격에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만큼이나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는 위협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