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승의날

입력 2024-05-14 18:13
수정 2024-05-15 01:04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게 신기해서 노래의 대상이던 은사들을 한 분 한 분 생각해 본다. 초·중·고 담임만 따져도 열두 분이다. 자상한 분보다 ‘사랑의 매’를 날린 선생님들이 더 기억에 남고 뵙고 싶기도 하다. 한국이 인재 강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도 교단의 힘이 컸다. 때론 훈육 차원을 넘는 억울한 체벌도 있었지만 학교 일은 학교에서 끝났다. 요즘 같으면 학생 인권 침해로 큰 소동이 날 일이겠지만 그땐 그랬다.

2010년 경기교육청이 처음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그 이듬해부터 광주·서울·전북이 뒤를 이었고. 충남·제주교육청은 2020년대 들어 조례를 제정했다. 일제와 군사독재 잔재가 남아 있는 학교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진보 진영의 주장이 반영된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조례가 교권 침해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이 불을 붙였다. ‘교권 보호 5법’이 개정됐고 올해엔 충남과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선생님들 마음의 상처는 여전한 듯하다. “달라진 게 없다”는 탄식도 들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 전국 교원 1만1320명 중 19.7%만이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2016년 52.6%와 비교하면 반토막도 더 났고 역대 첫 10%대의 최저치다. 최근엔 수학능력시험 6등급도 교대에 합격, 교직 인기가 추락했음을 보여준다는 호들갑스러운 뉴스까지 나왔다.

오늘은 마흔세 번째 스승의날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옛 가르침이 있지만 ‘선생의 X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자리라는 뜻이다. 교사와 의사, 공교롭게도 ‘스승 사(師)’자가 들어가는 두 직업이 시험대에 오른 요즘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제자와 환자에 대한 사랑만큼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