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학습을 주도하는 딥러닝 방식이 추론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HDC(초차원 연산)를 통한 새로운 AI 학습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실용화됐다.
코가로보틱스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국제 로봇 및 자동화 학술대회'(ICRA) 검증을 거쳐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ICRA 연례 콘퍼런스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명예교수인 서일홍 대표를 포함한 코가로보틱스 연구진과 김예성 DGIST 교수 등 12명의 연구진이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논문 제목은 '인간 두뇌에서 영감을 얻은 초차원 컴퓨팅: 바퀴 달린 로봇의 감각 운동 제어를 위한 경량 기호 학습'이다.
코가로보틱스 측은 "HDC를 활용한 AI 학습은 해외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론 연구 단계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에 적용하고, 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사례는 세계 최초"라며 "딥러닝보다 빠른 꿈의 AI를 실용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는 인간 두뇌의 연산 방식을 모방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초차원 벡터(메모리 개념)에 모든 사물과 개념·함수·현상·사건 등을 대응시키고, 이 벡터들을 서로 결합하는 간단한 계산을 통해 원하는 추론 결과를 도출하는 학습 방식이다. 이는 두뇌가 정보를 특정 뉴런이 아닌 다수 뉴런에 분산·저장하는 방식과 유사해 처리 속도가 딥러닝보다 빠르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현재 AI 학습에 주로 사용되는 딥러닝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인간 두뇌를 본떴으나, 딥러닝 방식에 따른 학습과 추론에는 수많은 행렬 연산이 수반된다. 반면 HDC에 기반한 AI 학습 방법을 활용하면 딥러닝과 달리 적은 메모리와 단순한 계산만을 필요로 해 경량 AI나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핵심적 학습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또 사람의 개입 없이 주어진 목표를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360도 방향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데이터를 적용해 모터를 제어하는 지각·행동 관계를 HDC로 모방해 학습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실내 자율주행 로봇에 실제 적용한 결과 딥러닝 대비 30분의 1 가격의 컴퓨터를 사용해 15배 빠른 속도로, 20분의 1의 전력을 소모하면서 동일한 학습·추론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기존 딥러닝 기반의 AI 알고리즘은 높은 품질의 학습 결과를 보여주지만, 모델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이를 훈련하는데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등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량 AI 기술을 활용해 온디바이스 로봇 환경에서 훈련·추론 과정을 모두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