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백억 '세금폭탄' 맞는다더니…가슴 쓸어내린 'LG화학'

입력 2024-05-14 16:22
수정 2024-05-14 17:45


올해부터 국내 기업에 대해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필라2)가 시행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이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예상 세부담을 8억6300만원으로 추산했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 이 기업이 연간 기준 수백억원까지 '세(稅)폭탄'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14일 LG화학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필라2 당기법인세 비용을 8억6300만원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 미시건 법인, 베트남 하이퐁시의 LG화학 플라스틱 공장 등으로 인해 필라2 법인세를 추가 부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필라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마련한 조세 포탈 방지 협약이다. 기업이 부담할 최저 세율을 각국이 협동해 정하고, 이 하한선보다 적은 규모로 세금을 낸 경우엔 기업의 본사가 소재한 본국에서 그만큼 세금을 더 받아가는 게 골자다. 한국은 2022년 12월 이 제도를 세계 최초로 법제화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현행 필라2 실효세율은 15%다. 미국 자회사를 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받은 덕분에 세금을 아껴 실효세율이 14%로 나타났다면, 나머지 1%포인트만큼의 차액을 한국에 필라2 법인세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때 기업의 세금은 개별 법인 단위가 아니라 자회사 등을 포괄한 연결 기준으로 계산한다.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받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규모가 매우 큰 만큼 필라2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당초 예상됐다.

회계업계와 배터리업계에선 LG화학의 필라2 법인세 규모가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에 따라 내야하는 세금은 기업의 실적과 생산량 등에 따라 달라져서다. 배터리 생산량이 확 늘어날 경우 그만큼 필라2 법인세도 커진다는 얘기다.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내 3개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한다. 내년엔 미국에서 총 7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기업 세무 전문가는 "이번 수치는 LG화학이 단순히 1분기 실적치를 가지고 필라2 세액을 분기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IRA 보조금은 규모는 분기별 생산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연내 수치가 상당폭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분기 예상세액을 기반으로 LG화학의 필라2 법인세 규모를 분기별 대략 9억원으로 치고, 연간 36억원가량을 낼 것으로 단순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 받은 미국 IRA 세액 공제금액은 1889억원으로 이전 분기(2501억원)에 비해 적었다.

이 전문가는 "기업의 실적 추이에 따라서도 필라2 법인세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필라2 예상세액이 클 경우 기업들이 현지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을 다른 형태로 받는 안을 마련해 협상에 나서는 등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포스코퓨처엠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기준 필라2 추가세액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연결실체가 영업 중인 모든 국가에서 유효세율이 15%가 넘는다"며 "필라2 추가세액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선한결/김형규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