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으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사진)은 14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300~500개의 핵무기를 가질 수 있고, 핵 위협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핵 위협을 통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도들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면서 단계별로 네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단계로는 1991년 이후 사용하지 않아 노후화된 한국의 전술핵 저장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이고, 2단계는 태평양에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북한을 조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3단계 조치로 전술핵무기 일부를 현대화하고, 마지막 4단계로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공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 역시 베넷 연구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안전과 평화의 최대 위협이 북핵"이라며 "이제는 전술핵 배치를 위한 기초를 마련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4 행사는 ‘아시아의 미래: 번영과 안보(Future of Asia: Prosperity and Security)’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커트 캠벨(Kurt Campbell)' 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 카렌 하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존 햄리 CSIS 최고경영자(CEO),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등 글로벌 외교·안보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했다.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3자, 다자 동맹의 중요성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 겹치고 맞물리는 격자 울타리 협력 체제를 만들고 있다"며 "이런 협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파트너십, 특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지금보다 더 의미 있고 영향력 있던 적이 없었다"며 "두 동맹 모두 안보에 초점을 맞춘 관계에서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했으며, 그 영향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초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울과 도쿄를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보여준 엄청난 용기 없이는 여기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날 정 명예이사장이 환영사를, 김홍균 외교부 차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설립자가 축사를 진행했다. 연사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고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북핵 위협을 줄이는 것조차도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유일하게 남은 레버리지는 '대북 제재'"라고 강조했다. 베넷 연구원 역시 "비핵화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려 한다면, 그건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미국의 큰 실패로 간주될 것"이라며 "핵 확산 문제에 있어서 아주 위험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국이 피해를 입더라도 한·미 동맹을 끝까지 지키고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자체 핵무장보다는, 효과적인 핵우산이 더 좋다"고 언급하면서 "김정은은 체제 붕괴나 경제 대위기처럼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우/김동현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