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남양주·양주·김포 등에서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데 이어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도 공무원이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공무원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사례는 올해만 10건에 이른다.
1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강북구청 보건소 소속 50대 공무원 A씨가 지난 1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A씨는 서울 강북구청 보건소 소속 31년 차 50대 공무원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개한 A씨의 유서에는 직장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있다.
A씨는 유서에 “어린 직원들 앞에서 비난하고 팀장으로서 우리 팀을 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사사건건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지지하지 못 해준 그런 결과가 결국은 직장 내에서 27년 근속하고 열심히 살아간 저 유00 병신으로 만들어 놓으니 좋으십니까”라고 적었다. A씨는 "담당 부서 과장과 둘만이 아는 신경전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내용을 파악한 유족은 지난 7일 전공노 강북구지부에 진상규명 요구서를 제출했다. 요구서에 따르면 유족은 "고인이 단순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북구지부는 "더 는 직장갑질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강북구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강북구는 전날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조례에 따라 상담자문위원회를 개최해 내용을 확인했다. 구 관계자는 "향후 사실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차원에서도 진상조사단을 따로 꾸릴 것으로 보인다.
과로, 악성 민원, 갑질 등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하는 지방 공무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극단 선택으로 순직을 신청한 공무원은 2021년 26건에서 2022년 49건으로 88%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건 올해 들어 열 번째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경남 양산시 보건소 소속 30대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3월 충북 괴산군청에서는 출근 62일 차의 신입 9급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달 도로보수 공사 관련 민원에 시달리다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이 공개된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월에는 경기 의정부시청 7급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공노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과도한 업무량과 경직적인 조직문화로부터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청소년 전화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