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우(본명 박소리)의 학교폭력 의혹이 재점화됐다. 심은우가 "학폭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글을 작성했던 A씨를 허위 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결정되면서다.
A씨는 2021년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심은우와 중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싸웠고, 그 이후 심은우가 나를 철저하게 고립시켰다"며 괴롭힘을 호소했다. 당시 심은우는 "미안하지만,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고 학폭 의혹을 부인했다. 여기에 촬영 중인 드라마에 피해가 갈까 우려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
이후 "A씨와 중학교 1학년 때 싸운 건 나다"고 주장하는 B씨가 등장했다. B씨는 A씨와 한때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중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다. 그날 A씨가 친구들에게 "내가 그런 게 아니라 B가 욕한 거야"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함께 등하교도 했고, 부모님들끼리도 얼굴은 알던 사이였다.
본인이 A씨와 싸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심은우는 연기자로 다시 활동하기 위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A씨를 고소했다. 심은우가 A씨를 고소한 배경이다. B씨는 경찰의 불송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제가 진술서도 직접 썼고, 참고인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도 밝혔는데, 경찰에 연락받지 못했다"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가서 그 이후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누구의 편을 드는 것도, 입을 보태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괴롭힘의 시발점이 됐다는 사건이 저와의 다툼이기에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그때의 기억들에 대해 전했다.
다음은 B씨와 일문일답
▲ 시발점이 됐다는 그 다툼에 관해 설명해 달라.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 친구와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등교도 함께했다. 누군가에게 'A가 이간질하더라'라고 들은 게 아니라, 쉬는 시간에 '내가 그런 게 아니라 B가 욕한 거야' 이런 소리를 제가 직접 듣게 된 거다. 그래서 애들이 다 저를 쳐다봤고, '내가 언제 욕했어? A야' 이런 상황이었다. '네가 하지 않았냐', '내가 언제 그랬냐?' 그런 말싸움이 있었다. 사실 저는 많이 싸우는 성격은 아니다. 이런 다툼이 있으니 반 친구들이 둘러싸서 구경하게 됐고, 그걸 피하려 복도로 나와 얘기하는데 'A랑 B랑 싸운 데' 이러면서 다른 반 애들까지 구경을 온 거다. 그때 박소리(심은우의 본명)가 'B가 안 그랬다잖아, 왜 그래'라고 A에게 말하긴 했다. 중학교 때 쉬는 시간은 10분 정도니,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나 상황이 종료됐다. 그 후 A가 조퇴했고, 담임 선생님이 '왜 싸웠냐? A가 울면서 조퇴했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하셨고, 왜 싸웠고, 누가 구경했고, 이런 상황들을 적었다. '반성문'이라 표현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 지금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때 그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았다. 우리가 살았던 동해는 굉장히 좁은 동네라 누가 누굴 괴롭혔다고 하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제가 때리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했어도 다 소문이 났을 거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 다툼 이후에 화해했을까.
그렇게 싸우고 나서 A가 조퇴하고 저 때문에 학교도 오기 싫다고 하니, 저도 마음이 불편했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다 얘길 했다. 그러니 엄마가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친구와 싸우면 화해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면서 저를 데리고 A의 집에 갔다. A의 어머니를 만나 상황을 설명해 드렸다. 저희 엄마가 '애들끼리 싸운 건 애들끼리 푸는 게 맞다'고 하면서 풀려고 했지만, A가 결국 나오지 않았다. 그때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는 게, 절대 제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게 아니었다. A의 어머니에게도 혼나지 않았다.
▲ A씨가 글을 올린 후 2년이 지난 후에 '내가 싸운 사람'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갔고, 이후 몇몇 친구들이랑은 대학교 때까지 계속 연락하며 지냈지만, 소리랑은 친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가 배우가 된 것도 몰랐고, 그 친구가 JTBC '부부의 세계'로 떴다고 하는데, 제가 그 드라마를 안 봐서 그 심은우가 박소리인지 몰랐다. 그래서 의문스럽다. 소리가 친하지도 않았던 저를 위해 싸우고, A를 그 후에 지속해서 괴롭혔는지, 저 역시 궁금하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과도 제가 대학교 때까지 네이트온이라는 메신저로 연락드리곤 했다. 그때까지 A의 학폭과 관련된 얘길 전혀 듣지 못했다. 이번에 오랜만에 연락을 드리니 역시나 기억하지 못하시더라. 선생님은 소리가 연극을 할 때 보러도 가고 하셨는데,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선생님 남편이 아프셔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 심은우의 학폭 기사 속 다툼이 본인의 사례라는 걸 알고 어땠을까.
우연히 기사를 보고, 너무 익숙한 얼굴이라 깜짝 놀랐고, 그날 밤에 잠을 자지도 못했다. 소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제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게 됐는데, 소리는 A가 같은 반이었는지도 기억 못하더라. 제가 그때 상황을 얘기하니,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나'라고 했다. 연기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 A씨의 언니가 해당 내용에 대해 '같이 학폭을 했다'는 취지의 반박 댓글을 달았다.
너무 억울했다. 학창 시절은 저에게도 너무나 소중하고, 그때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때의 힘으로 지금을 살아간다. 그런 저의 소중한 시간들을 학폭 가해자 취급을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반박하려 장문의 글을 썼다. 소리를 응원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겪은 일에 대해서만 적었다. 하지만 그때 올리지 않은 건, 제가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리가 A를 고소한다고 했을 때도 '내가 모르는 괴롭힘이 있었다면 난 절대 나서지 않을 거다'고 했다. 소리는 '인생을 걸고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기억하는 시발점이 된 사건에 대해 진술서를 썼다. 내가 이 일을 유일하게 기억하는 당사자다. 그래서 제가 이 일에 대해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참고인 조사를 받겠다고도 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 번거로울 수 있는데 나선 상황이다.
제가 당시를 지금까지 명확하게 기억하는 건, 저도 그런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전학 간 후에도 연락하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A와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기사를 보고 바로 그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A가 묘사한 사건의 상황이 제가 기억하는 것과 너무나 흡사해 작성자가 누구인지 바로 유추가 됐다. 죄책감도 느껴졌다. 나랑 싸웠다는데, 누구는 직업을 잃고, 누군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니까.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어서 처음엔 댓글을 달았는데, A의 언니에게 '집단학폭'이라고 공격당하니. 그 상황들이 본인의 상처일 순 있지만, 스스로 풀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거짓말로 애들에게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간다. 14살은 어린 나이니까. 차라리 시발점이 된 사건이 아닌, 이후 어떤 식으로 괴롭혔는지 명확한 상황과 증거를 제시했다면 제가 나설 일도 없었을 거다.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