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장' 사수…中, 경기부양에 1조위안 푼다

입력 2024-05-13 18:15
수정 2024-05-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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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특별장기국채 1조위안(약 189조원)을 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선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침체에 빠진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4년 만에 특별채 발행중국 재정부는 만기가 각각 20·30·50년인 ‘2024 장기특별국채’를 발행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재정부가 발행액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각각 3000억·6000억·1000억위안이라고 보도했다. 30년 만기 채권은 오는 17일, 20년·50년 만기 채권은 각각 24일과 6월 14일부터 시장에 풀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정당국이 이날 주요 상업은행 등의 채권 담당자들을 만나 특별채 발행 가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올해부터 초장기특별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채는 국가 중대 전략을 실현하고 핵심 안보 역량을 구축하는 데 쓰인다고 리 총리는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특별채를 발행하는 것은 기존 국채 상환을 위한 재발행을 제외하면 이번이 네 번째다. 중국 재정당국은 1998년 4대 국유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2700억위안, 2007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하기 위해 1조5500억위안의 특별채를 발행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1조위안 규모를 시장에 공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특별채 발행에 부동산 침체로 가라앉은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1일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하락했다. 전달(-2.8%)보다 하락 폭이 줄었지만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딩슈앙 스탠다드차타드(SC)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특별채 발행이 “지금까지 느렸던 재정 지출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절한 예산 집행은 1분기의 긍정적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연 5%대 성장률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中 부채 10년 새 2.3배 늘어중국의 국가부채는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만 최근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 문제가 심각해 향후 국내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83.6%로 미국(122.1%)과 선진국 그룹(111%)에 견줘 낮은 편이다. 홍콩 신용평가사 CSPI의 제임슨 주오 이사는 “글로벌 표준과 비교해 중국은 앞으로 5~10년 동안 수조 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 국가부채 비율은 10년 전보다 2.25배 올라 미국(1.17배)과 선진국 그룹(1.06배)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IMF는 2029년 중국 국가부채 비율이 선진국 그룹과 맞먹는 110.1%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안고 있는 ‘그림자 부채’ 역시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 요인 중 하나다. 자산운용업체 피델리티는 중국 국가부채 비율이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부채를 포함하면 130%가 넘는다고 진단했다. LGFV는 인프라 개발과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된 지방정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LGFV 부채는 중앙정부 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 불린다. 이번 특별채 발행도 더는 부채를 늘리기 어려운 지방정부를 대신해 중앙정부가 총대를 멘 결과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모두 재정 적자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나라가 국채 발행량을 확대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치솟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MF는 “두 경제가 재정 정책을 관리하는 방식은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다른 국가의 재정 전망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