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보다 조용한 비행체' UAM…내년 말 서울 상공에 띄운다

입력 2024-05-13 18:09
수정 2024-05-21 15:47
지난 2월 전남 고흥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실증단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OPPAV·오파브)의 프로펠러가 날갯짓을 시작하며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위잉’ 등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옆 사람과 대화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오파브의 비행 장면을 찍기 위해 떠 있던 드론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오파브가 130m 상공에서 시속 160㎞로 달릴 때 측정된 소음은 61.5dBA(가중 데시벨). 헬리콥터의 80~85dBA보다 훨씬 조용한 것은 물론, 가정용 기화식 가습기(74dBA)만큼 고요했다.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UAM 상용화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소음 최소화’다. 아파트촌이나 빌딩 숲 등 도심에서 비교적 낮은 고도(300~600m)로 운항하기 때문이다. UAM의 조용한 비행 비밀은 로터에 있다. 헬리콥터의 굉음은 내연기관 엔진 소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하나의 고정된 대형 프로펠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음파 진동을 키워 소음이 큰 것이다. UAM은 저마다 각도 조절이 가능한 여러 개의 로터를 달고 있다. 각 로터가 상황에 맞게 각도를 바꾸는 식으로 음파 진동을 상쇄한다. 로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전기추진 기술 덕분에 8개 안팎의 로터 중 1~2개가 고장 나도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차세대 통신(Next G)이다. UAM 기체 수가 적을 때는 극초단파(UHF)나 초단파(VHF) 등 기존 항공 통신체계를 지상 기지국 기반 통신망(4·5G)과 결합해 관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기지국 기반 통신망은 대형 빌딩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선 속도가 떨어지거나 완전히 두절되는 커버리지 음영 문제가 있다. 나아가 UAM에 완전 자율비행을 도입하려면 초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연 시간이 30㎳(100분의 3초) 이하인 차세대 통신 기술을 UAM 인프라에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통신 3사 등과 함께 저궤도 위성을 결합해 이를 실증할 계획이다. 김정일 SK텔레콤 부사장은 “도심 상공에서 여러 대의 기체를 질서정연하게 통제하려면 실시간으로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UAM 상공망은 UHF나 VHF 통신망보다 정밀하고 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첫 상업운전을 목표로 ‘K-UAM 로드맵’을 마련했다. 현재 개활지인 고흥 UAM 실증단지에서 1단계 실증을 하고 있다. 기체 안정성, 운항·교통관리·버티포트 통합 운용성, 소음, 비상 상황 대응능력 등을 검증한다. 총 6개 컨소시엄이 실증에 참여했다. 현대자동차를 주축으로 한 ‘K-UAM 원팀’ 컨소시엄이 지난달 처음으로 1단계 실증을 통과했다. 2단계부터는 아라뱃길과 한강, 탄천 등 수도권 상공에서 실증한다. 2단계부터 실제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즉 상용화가 가능한 기체를 당장 보유한 컨소시엄만 참가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이끄는 ‘K-UAM 드림팀’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중심인 ‘UAM 퓨처 팀’ 등 3개 컨소시엄만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실증을 모두 통과한 컨소시엄은 내년 말부터 UAM 상업운행을 시작한다. 상용화 초기엔 공항과 도심을 잇는 ‘UAM 셔틀’ 서비스 수요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도심 통근, 광역도시 간 이동 등으로 범위가 확장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4740억달러(약 2021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KPMG는 2030년께 매년 1200만 명의 승객이 UAM을 이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인혁/김진원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