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 공급"…유통 조직 재판행

입력 2024-05-13 11:28
수정 2024-05-13 11:33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들에게 대포통장과 대포유심을 대규모로 공급한 일당 20여명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사기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혐의를 받는 국내 5개 대규모 유통조직 총책 5명과 조직원 17명 등 총 2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유통조직들은 역할을 단계별로 세분화 한 뒤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과 대포유심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보이스피싱 범죄의 필수 범행 수단인 대포통장과 대포유심을 집중 추적했다. 국내 유통조직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는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 등에 대포통장이나 대포 유심을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유통조직은 지방에 거점을 둔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했다. 청주 '스라소니파' 조직원 2명과 대전 '구미주파' 1명이 운영한 유통조직은 대출업자를 가장해 허위 대출 광고로 명의자를 모집한 후 180여 개 선불 유심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20대들이 조직적으로 12개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약 60개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토바이 배달업 종사자들을 동원해 대포통장을 유통했다.

유통조직은 ‘총책 - 모집책 - 개통(개설) 책 - 유통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분담했다. 명의 제공자가 수사기관에 검거될 경우 ‘대출’ 또는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목적으로 한 일회성 범행으로 위장하는 등 조직적 매뉴얼을 통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범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설비를 모두 구비해 기망 행위부터 범죄수익 취득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해온 이전 보이스피싱 조직들과 달리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단계별로 분업화·전문화된 조직이 필요에 따라 협업하는 형태를 보인다는 특성이 있다.

조직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에 이용된 유령법인의 대표 등 조직원이 구속되더라도 공범들이 유령법인의 대표자를 변경한 뒤 새롭게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과 초기 압수수색부터 구속에 이르기까지 합동수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방통위, 출입국과 외국인청 등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금융수사협력팀'의 수사 지원을 받아 각 조직의 총책까지 신속하게 특정하여 검거했다.



합수단은 2022년 7월 출범 이후 축적된 보이스피싱 수사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검·경의 합동수사 및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분야별 전문인력과 협력하여 보이스피싱 범행 등의 필수 수단이 되는 대포통장과 대포유심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대포통장과 대포유심이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뿐만 아니라,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등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도 널리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배후에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도 수사하고 있다.

합수단 출범 이후인 2022년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5438억원으로 2021년 7744억원 대비 약 30% 감소했다. 2023년도 피해 금액은 4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다시 약 18% 감소하는 등 2년 연속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