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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 사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 하락세를 유지했던 작년과 달리 지난 몇 달간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결과다. 높은 물가 부담을 안고 있는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등을 돌리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아졌다. ○높은 물가에 유권자 불안 커져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미시간 로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80%는 “높은 물가가 가장 큰 재정적 어려움 중 하나”라고 답했다. FT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작년에 계속 하락했던 미국 인플레이션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다시 오르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유권자들의 불안도 커졌다고 FT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한 유권자들은 지난번 조사 대비 감소했다. 58%의 유권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처리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해 반대 의견이 지난달(55%) 대비 3%포인트 늘었다. 유권자의 28%만이 “바이든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는데, 이마저도 이전 조사 대비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을 11월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경제’다. FT는 “대선을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미국 경제 호황이나 강력한 고용 시장에 대한 (바이든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휘발유, 식품 등 높은 소비자 물가에 대해 바이든을 비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월(2.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다음 주에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Fed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식으면서 모기지 및 기타 차입 비용 역시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이 유권자들의 불안과 불만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 외에도 유권자의 절반가량(49%)은 소득 수준에 대해 우려했다. 지난 조사(45%)보다 수치가 올랐다. 주택 비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32%로 전월(27%) 대비 상승했다.
○“경제 정책은 바이든보다 트럼프”유권자들은 경제를 다루는 데에 있어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지난달 41%에서 이달 43%로 증가했지만 바이든 지지율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16%의 유권자는 둘 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직업군에 따라서도 갈렸다. 트럼프는 금융업계(월가)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는 반면, 바이든은 노동계에서 더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유권자의 40%는 바이든이 블루칼라 근로자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한다고 답했고, 같은 질문에 트럼프라고 답한 유권자 역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답변은 학력에 따라서 갈리기도 했다. 대학 졸업자의 52%가 바이든은 블루칼라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한다고 답했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유권자의 3분의 1만이 바이든이 블루칼라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한다고 응답했다.
FT는 “이 결과는 노동계급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바이든의 도전 과제를 강조한다”며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의 지지를 얻고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의 지지를 강화함으로써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쳤다”고 짚었다.
FT와 미시간대학 로스경영대학원이 공동 실시한 이 조사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미국 전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전략기관 글로벌 스트래티지 그룹과 공화당 여론조사 기관인 노스 스타 오피니언 리서치가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