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4.10 총선 이후 당의 운영 방향에 대해 ”당정이 협조할 때는 협조하되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때는 맞붙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출장 중 지난 9일 저녁(현지시간) 콘래드 아부다비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 시장은 4월 선거에서 참패한 소속 정당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전했다. 오 시장은 ”당의 중진으로서 많은 의석 차이로 총선을 패배했기 때문에 의견을 표명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당의 정체성을 외연 확장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이후 연일 주장하고 있는 '선 결집 후 확장'에 대해 사실상 의견을 달리 한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선거 직전에 내놓는 메시지나 제스처(손짓)로 더는 국민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평소 내실 있는 정책으로 국민들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 쪽으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최근 임명된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으로 영남권의 대표 주자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추 대표가 "대통령에게 감히 직언을 할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 시장은 "지금까지 우리 당이 당정의 일치 내지는 화합 쪽에 무게를 둬 왔는데, 앞으로 당정 간에 논쟁이 치열하게 붙을 부분은 붙고 협조할 때는 협조하는 등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내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시기에 대해선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고 보도한 일부 언론기사를 두고 “한 위원장을 비판한 게 아니라 야당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게 아쉽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 개혁 관련해서는 정부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년 동안 서울시 산하 시립의료원 몇 군데의 공석인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며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사의 수급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오 시장은 앞서 지난달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작심하고 여당을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제 ‘신자유주의 우파’에서 ‘따뜻한 우파’로 노선 전환을 할 때가 됐다”며 “집토끼 산토끼 따지지 말고 힘든 토끼 억울한 토끼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