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대체하는 온라인공개수업(MOOC)이 점차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학도 이런 사교육과 경쟁하려면 차별화된 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더 이상 고등교육을 하는 유일한 기관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학 위기, 기술로 극복해야2023학년도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62.2%에 달했다. 최 총장은 “여전히 고교 졸업생의 60~70%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10년, 20년 뒤에는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X) 등 글로벌 MOOC 플랫폼을 예로 들며 “미국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고도 이들 기관에서 받은 수료증만으로 고액 연봉 직장에 취업하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고 설명했다.
MOOC란 언제 어디서나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좌를 말한다. 초기에는 대학 강의를 지식 보급 차원에서 무료로 푸는 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유료·전문 강좌가 생겼다. 소정 과정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지급하는 곳이 늘면서 고등교육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 총장은 “대학은 대학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교육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림대는 ‘인공지능(AI) 교육 모델’을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림대 AI 교육 모델은 AI 관련 전공을 두고 강의를 여는 수준을 넘어선다. AI를 써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만들거나 학습 보조에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총장은 “대학 교육에서 AI를 활용하면 교육의 질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리큘럼을 짜주거나 참고 텍스트를 제시하고 학생이 풀 숙제, 시험 문제를 만드는 데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변화 속도가 빨라 교수를 확보하기 힘든 과목부터 ‘AI 교수’가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총장은 “AI의 특징은 유연성”이라며 “AI에 ‘인문과학 분야를 AI로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과목을 개설하고 싶다’고 물어보니 그럴싸한 커리큘럼을 도출해 놀랐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국내 교육의 큰 문제가 “하위 80%의 의욕을 꺾는 제도”라며 “이 문제도 AI를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사람의 교육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며 “AI를 쓰면 진도가 느린 학생은 천천히 가르쳐 수준을 높이고, 빠른 학생은 심화 학습으로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림대는 AI 모델 개발을 위해 올해 5월 데모데이를 여는 등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수 인재 양성에 최선최 총장은 “대학 교육이 평생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학생 관점에서 고민하는 게 대학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전공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림대는 2016년 ‘전과 자율화’를 도입했다. 입학할 때의 전공과 상관없이 4년 내내 횟수 제한 없이 전과할 수 있는 제도다. 의대, 간호대를 제외한 모든 과에서 복수전공 필수제를 도입해 학부 졸업생이 2개 이상의 전공을 하도록 유도한다. 최 총장은 “전과 자율화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무전공 선발 의무화 조치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로 체험 기회 없이 전공을 선택하는 시점만 1년 미뤄지는 것”이라며 “무전공 선발이 손해가 되지 않도록 전공 탐색과 진로 상담 등 비교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림대는 교육부의 글로컬 사업 참여를 계기로 작년 3월 1일부터 교수 연봉제를 도입했다. 약 60% 교수가 연봉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는 “성과에 따라 연봉 5억원, 10억원을 받는 스타 교수가 나와야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