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다. 높은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이나 브랜드 가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확보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지난 10일 ‘스파크라인 무형자산 ETF’(티커명 ITAN)는 0.18% 오른 28.14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1년간 28.43% 오르며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26.79%)을 웃돌았다. 이 ETF는 자기자본 대비 무형자산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됐다. 아마존(4.27%)과 메타플랫폼스(3.12%), 오라클(2.16%), 알파벳A(2.08%), 세일즈포스(2.03%) 등이 담겼다.
비슷한 테마의 ETF 상장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미국 자산운용사 심플리파이는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차세대 무형자산 코어 인덱스’(NXTI)와 무형자산이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차세대 무형자산 밸류 인덱스’(NXTV)를 내놨다. 반에크 역시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한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ETF 2종(MGRO·MVAL)을 3월 말 상장했다. 전통적인 장부상 가치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대표되는 무형자산을 투자의 핵심 척도로 내세운 것이다.
최근 상장한 ‘퍼스트 트러스트 블룸버그 R&D 리더 ETF’(RND)는 3년 연속 R&D 비용이 늘어난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술주뿐 아니라 일라이릴리(제약)와 캐터필러(건설장비) 등 다양한 업종에서 R&D 비용이 늘고 있는 종목을 대거 편입했다. ‘아이큐 미국 대형기업 R&D 리더 ETF’(LRND)는 최근 1년간 34.29% 오르며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을 7.5%포인트 웃돌았다.
일본에는 대표적 무형자산인 ‘인적자본’을 추종하는 상품도 있다. 일본 원(One)자산운용사의 ‘JPX/S&P 인적자본 인덱스 ETF’(1484)는 세계에서 유일한 인적자본 관련 상품이다. 기업의 R&D 증가율과 인적자본 관련 투자 금액 등을 종합해 ‘인적자본지수’를 도출한 뒤 일정 기준을 넘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설계했다.
미쓰비시파이낸셜(4.65%)과 소니(4.11%), 키엔스(4.0%), 도키오마린홀딩스(3.92%)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담겼다. 인적자본 ETF는 2016년 설정돼 최근까지 121.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 토픽스지수 상승률(103.48%) 대비 18.21%포인트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중장기 혁신 원천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정한 의미의 밸류업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