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서 위기의 순간은 더디게 가고, 인내의 시간은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수록 위기는 진화 과정이고,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주문을 외워보자. 기업은 위기에서도 시장에서 ‘파이’를 늘리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며,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겨야 한다. 기업 경영보다 국가 경영은 훨씬 어렵다. 대공황을 이겨낸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새해 인사말)에서 미래를 헤쳐가는 혜안을 찾아본다. 창의적 노력의 기쁨
루스벨트는 언제까지 무엇을 해내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머잖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고문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국가 구성원의 역량을 끄집어내는 창의의 힘에 몰두했다. 조직에서 창의의 근간은 믿음과 몰입이다. 조직원 모두가 자신이 의미 있는 역량을 지닌 존재라고 믿어야 한다. 그래야 일에 몰두해 자신의 재능과 지향점을 세상의 필요와 연결할 수 있다.
조직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면 소수의 창의적인 인재만으로는 조직 운영에 한계가 온다. 창의적인 사내 문화를 구축하고 구성원이 가진 생각의 힘을 모아 집단 창의성을 끌어내야 한다. 팀의 창의성을 죽이는 최고의 방법은 상사가 먼저 말하는 것이다. 현명한 상사는 구성원의 의견을 구하고, 동기와 도전에 열정의 불을 붙이는 인물이다. 구글 면접에서는 임원보다 동료 직원의 의견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창조성은 일사불란할 때보다는 격의 없는 대화, 토론, 관찰 문화에서 나오기에 동료 의견이 중요하다. 다양한 요인의 상호의존성루스벨트는 국가를 다채로운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로 봤다. 미국 내의 다양한 요소와 지역 간 상호의존성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날 지역, 세대, 정책, 산업 간 칸막이가 없어지고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가 발생한다.
구글은 어떤 팀이 다른 팀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 2년간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팀 구성원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의존하는 정도(상호의존성)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팀원들의 일이 팀의 성과로 이어져 팀원 개인 성과의 합보다 클 때야말로 팀의 가치는 빛난다. 팀의 더 큰 가치 창출을 위한 구성원 간 인식 공유가 그래서 긴요하다. ‘환상의 콤비’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었다. 잘 관리된 라이벌 의식이 팀의 성공을 이끈다. 그래서였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저자인 스티븐 커비 박사는 사람 간의 관계가 승화·발전해나가는 단계를 종속(dependence) → 독립(independence) →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라고 정의했다. 상호의존성을 위해 조직원 사이의 갈등을 방지하고 신뢰 속도를 높이는 데 조직과 인사관리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이해와 관심의 주체루스벨트는 어려운 때일수록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이해와 관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울림을 지속하려고 했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란 경영활동과 관련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조직이나 집단을 말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가치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사회 전반의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사회의 공존공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게 그 핵심이다. 흔히 기업의 다섯 가지 책무로 △고객에게 제대로 가치를 전달 △근로자에게 파격적으로 투자 △거래기업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 △지역사회를 위해 여러 지원 △주주를 위한 장기 가치 창출에 전념 등을 거론한다. 우리 정부가 내세운 기업 밸류업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입각할 때 더 빛나지 않을까.
루스벨트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질문받으면 “물론이죠!”라고 대답하고 고민하라고 했다. 그 고민의 실마리로 위 세 가지 이야기를 새겨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