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채의 워싱턴 브리핑] 미국의 최대 수입국 바뀐 까닭

입력 2024-05-12 17:43
수정 2024-05-13 00:12
지난해 미국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 아니라 멕시코였다. 2006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미국의 중국 상품 수입액은 2023년 4272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반면 미국은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지역에서 수입을 늘렸다.

이는 얼핏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배제 효과가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중 디커플링은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서 시작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경제 안보를 강조하며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을 주도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니어쇼어링(nearshoring) 영향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를 피하고자 생산기지를 제3국에 이전하고 우회 수출을 활용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단순히 제조 능력 대체를 넘어 공급망 신뢰와 안정성 제고는 물론 다양한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를 보유한 국가가 주목받았다.

아울러 중국 제품이 관세를 피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타고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 가격이 800달러가 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평균 주문 금액은 3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소비자가 테무에서 구매한 제품 대부분이 관세가 면제된다는 뜻이다. 테무는 2022년 9월 출시한 지 16개월 만에 이용자가 5100만 명으로 급증하며 미국 아마존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다. 유통 단계 최소화의 결과인 10달러 미만의 값싼 가격이 테무의 인기 비결이다. 무료 반품은 물론 간편결제 시스템도 지원해 해외 구매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나라 무역지형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월별 기준)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20년 만의 변화다. 이런 추세는 올해 4월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미국의 견조한 경제 성장세와 산업정책에 우리 기업이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디커플링(decoupling),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용어가 회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미·중 경쟁에서 야기된 측면이 있고, 궁극적으로 탈중국화라는 목표가 반영됐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금지하려다가, 2년간 혜택을 유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공급망은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어 미·중 디커플링은 당분간 완전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의 변화 흐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희채 KOTRA 워싱턴무역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