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이 내수와 소비 부진 우려를 잇달아 제기했다. 수출과 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깜짝 성장'했지만 내수 증가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1분기 GDP 발표 이후 '청신호'라고 자축했던 정부와는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평가다. 금융연, "민간소비 전망치 하향"한국금융연구원은 12일 '2024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한 2.1%에서 0.4%포인트 올린 것이다. 연구원은 "반도체 위주로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관련 설비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실질 GDP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은 총수출 증가율이 5.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6%)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전망치를 높였다. 세계 교역이 완만히 회복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덕에 수출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민간소비는 증가율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2.0%)보다 낮춰 잡았다. 1분기 중 민간 소비가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소비 여력이 제약되며 민간 소비는 연중 완만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대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도 소비 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원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이 각각 3.7%,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6%)보다 하향 조정됐다. 건설투자의 경우 급격한 금리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역전세 문제, 주택시장 조정 등 요인으로 수주, 허가, 착공 등 주요 선행지표가 2022년 중반부터 지속해 악화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선행지표의 부정적 흐름이 올해 실적치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1분기 GDP에서 내수 부문의 호조를 이끈 소비와 건설부문이 부진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은 1.3%로 시장의 예상치를 두배 넘게 상회했다. 순수출이 0.6%포인트, 내수가 0.7%포인트 기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9%, 하반기 2.4%로 점차 둔화해 연간으로는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76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355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 "수출은 회복, 내수는 부진"KDI도 이날 우리 경제에 관해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는 부진하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이날 발간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양호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전산업 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0.2% 증가해 2월(1.7%)보다 증가세가 소폭 둔화했다. 하지만 1분기 전체로 보면 완만한 생산 증가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 13.8% 증가해 7개월째 '플러스' 흐름이다.
KDI는 이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내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3월 상품소비는 고금리 기조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승용차와 신발·가방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줄었다. 3월 설비투자는 작년 동월 대비 4.8% 줄어 전월(-0.9%)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고, 건설투자는 건설기성이 2.1% 감소로 전환됐다.
이같은 KDI의 판단은 정부가 지난달 1분기 GDP와 관련해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며 “경제의 성장경로에 선명한 청신호”라고 밝힌 것과 온도차가 큰 것이다.
GDP 통계를 집계하는 한국은행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GDP 전망과 관련해 “회복세가 지속될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순수출의 경우 4분기 연속 성장에 기여를 했기 때문에 기여도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4월 통관 기준 수입이 다시 증가했기 때문에 순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설명했다. 내수도 마찬가지로 전망했다. 신 국장은 "내수 여건을 보면 건설 투자는 부진 흐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