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모처럼 2700선을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공개되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PI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면 증시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경우 고(高)밸류 종목 주가는 조정받을 수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7~10일) 코스피 지수는 51포인트(1.91%) 오른 2727.63에 마감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고,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조선, 기계, 운송, 화장품, 정보기술(IT), 게임, 금융 등 업종 전반적으로 주가 흐름이 양호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3118억원, 8853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2조1030억원을 순매도했다.
오는 15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4월 CPI가 투자심리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물가 상승률이 꺾일 것으로 봤다. 4월 CPI 상승률 전망치로 3.5%(전년 대비)를 제시했다. 3월(3.5% 상승) 대비 둔화한 수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6%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 이경민 연구원은 "임금상승률에 이어 CPI 둔화가 확인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기대가 되살아날 전망"이라며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심리가 완화되며 코스피 기술적 반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 발표될 때까지 시장은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단기 상승으로 가격 부담이 커졌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선에서 저항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3월에 이어 4월 CPI가 전망치를 웃돌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며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며 "특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업종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상보다 물가 상승세가 약하면 고밸류, 경기민감, 구조적 성장 업종 간 순환매가 이뤄지며 증시는 재차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는 17일 중국 4월 산업생산·소매판매 지표가 발표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8% 증가해 3월(3.1% 상승)에 비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광공업 생산, 고정자산투자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경민 연구원은 "3월 실물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4월 실물지표도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물가는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실물지표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5일 국내 증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휴장한다.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는 미국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MSCI 분기 리뷰(14일), 미국 4월 CPI 및 소매판매 지수(15일), 한국 4월 실업률 및 중국 4월 산업생산·소매판매(17일) 등이다.
팬오션·한국가스공사(13일), 삼성증권·CJ제일제당·메리츠금융지주(14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월마트(16일)의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