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라인·야후재팬의 허망했던 꿈 [김동욱의 역사책 읽기]

입력 2024-05-10 06:00
수정 2024-05-10 06:31


2019년 11월 18일.

일본 도쿄 그랜드프린스호텔다카나와에서는 초대형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일본 포털업체인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에 나선 것을 공식화했던 것입니다.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는 두 회사 경영을 통합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하고, 언론에 향후 구상을 대대적으로 밝혔었습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와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는 이날 각각 상대 회사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는 두 회사가 라이벌이었지만 큰 결단을 내렸다”며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회사는 통합 이후 매년 100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1조698억원)을 AI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데자와 대표는 “최강의 원팀이 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며 자신있어했습니다.

그랬던 두 회사의 ‘동거’는 채 5년을 가지 못했습니다.



일본 총무성이 앞장서 네이버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위탁 관계를 끊은 데 이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네이버 출신으로 라인을 개발한 신중호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는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제외됐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속전속결로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일부를 7월 초까지 사들이겠다고 밝히고 나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기업 지분을 두고 외국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라 말라 나서는 데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구축한 해외 플랫폼이 물거품처럼 손에서 빠져나가기 직전입니다.



5년 전 장밋빛 구상에 부풀었던 모습은 헛된 꿈이었나 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당시의 모습을 역사 기록 차원에서 공유해 봅니다.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