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다가와 묻는다. “내가 예쁘니?” 예쁘다고 대답하면 여자는 마스크를 벗는데, 여자의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다. ‘나랑 똑같이 해줄게’라며 입을 똑같이 찢어버린다. 한때 어린아이들을 떨게 한 빨간 마스크 괴담, 도시전설이다.
<도시전설의 모든 것>은 ‘도시전설’이란 개념을 처음 정립한 미국 민속학자 얀 해럴드 브룬반드가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도시전설 270편을 엮은 책이다. 믿자니 근거가 부실하고 안 믿자니 왠지 찝찝한 도시 괴담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대부분 도시전설은 끔찍한 범죄·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형태를 띤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한밤중에 혼자 운전하다 주유소에 들렀다. 기름을 넣고 결제하려는데 주유소 직원이 멀쩡한 카드에 문제가 생겼다며 잠깐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 영문을 모른 채 차에서 내린 당신에게 직원이 속삭인다. “뒷좌석에 칼을 든 남자가 숨어 있어요!”
도시전설이 항상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드물게 ‘진짜’에서 출발하는 것도 있다. 코카콜라 병을 다 비우고 나서야 바닥에 있는 쥐를 발견했다는 전설은 1971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코카콜라 병 안에서 생쥐 다리와 꼬리를 발견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출발했다. 이후 코카콜라를 비롯한 음료병이나 식품 용기에서 발견된 이물질에 관한 괴담이 쏟아졌다.
브룬반드가 수집한 전설은 대부분 이역만리 미국에서 떠도는 이야기지만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 전파가 시공을 넘나든 결과일 수도 있고 도시전설 대부분이 인류 보편의 정서를 건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도시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콘텐츠도 많다. 영화 ‘매드 맥스’와 ‘굿 윌 헌팅’,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에도 도시전설이 숨어 있다. 집 지하실에 주인도 모르는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설정의 영화 ‘기생충’도 미지의 침입자가 등장하는 도시전설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의 영감에 목말라 있다면 1000페이지 넘는 ‘도시전설 백과사전’과도 같은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