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선수가 봐도 너무 멋있어요. 누가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한데, 제가 잡았으면 좋겠네요.”
김효주(29)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5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넬리 코르다(26)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코르다 시대’를 끝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효주는 10일 경기 고양의 뉴코리아CC(파72)에서 열린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팀시리즈(총상금 100만달러) 1라운드를 마친 뒤 올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 “저희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며 “계속 전진하고 도전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효주가 국내 팬들 앞에서 뛰는 건 지난해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 오픈 이후 11개월 만이다.
세계 최강 우승 군단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옛말이 됐다. 한때 LPGA투어를 호령했던 한국 군단은 이번 시즌 초반 10개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LPGA투어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시즌 첫 우승이 나오지 않은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 선수들의 부진 속 7월 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출전 티켓도 2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여자골프의 경우 6월 24일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국가당 2장씩 본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의 경우 최대 4명이 출전 가능하지만 한국 선수는 5위 고진영(29)과 12위 김효주 둘뿐이다. 양희영(35)이 17위, 신지애(36)가 20위로 뒤를 잇고 있다.
고진영에 이어 한국 선수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효주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파리행이 유력하다. 그러나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김효주는 “파리행 확률이 100%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선수들도 크게 내색하지는 않지만 각자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르다의 독주에 대해서는 “솔직히 선수가 봐도 쉽지 않은 기록”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제가 코르다의 흐름을 끊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효주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그는 “한국에서 대회를 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 되게 플러스 작용이 될 것 같다”며 “이번 주 잘한 뒤 남은 기간 더 연습을 하면 미국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퍼팅 등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조금씩 잡히고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단체전과 개인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단체전은 프로 3명과 아마추어 선수 1명으로 구성된 팀 성적으로 순위를 정한다. 개인전은 1~3라운드까지의 스트로크 경기로 진행되며 프로 선수들의 순위만 가린다. 4명이 한 조에서 경기하다 보니 일반 대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날도 김효주가 18홀을 도는 데 약 6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4명이 플레이하면서 시합을 한 것이 처음”이라며 “한 라운드를 도는 데 진짜 오래 걸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었다”며 “그린에서도 퍼팅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혼자 스트로크 연습을 하고 한 번 더 라이를 확인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양=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