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엔저 때문에 해외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서도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임금이 24개월 연속 감소해 구인난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엔저가 물가를 더욱 자극하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슈퍼엔저’에 따라 해외 인재가 일본 기업 취업을 꺼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채용 지원 기업 아시아투재팬이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연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일본 기업의 낮은 초봉과 높은 물가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학생들은 ‘300만엔대(약 2600만~3400만원) 연봉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회사는 “최근 엔화 약세로 더 타격을 입었다”며 “중국 연안부, 대만, 한국의 우수한 학생을 데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달러 환산 평균 임금은 38개국 중 25위에 불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저 때문에 해외에서 바라보는 임금 수준이 더욱 열악하다”며 “고급 인력은 물론이고 인력 부족 현장을 지원하는 기능 실습생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이유로 일본 내 인재는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협회는 “엔저가 심해지면서 해외에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호주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일본인은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1만4398명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일본 실질임금은 24개월 연속 감소했다. 후생노동성이 이날 공표한 3월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업체의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전년 3월보다 0.6% 증가한 30만1193엔이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같은 기간 2.5% 줄었다. 24개월 연속 실질임금 감소는 1991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을 기업에 독려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