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변요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관음증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는 작품 속에서 날아다녔다.
9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변요한은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였는데 고민하며 머리를 굴리고, 굉장히 재밌고 즐겁게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변요한이 출연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연출은 맡은 김세휘 감독은 변요한의 전작 '소셜포비아'를 보고 그에게 이 캐릭터를 맡겨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변요한은 "영화사 대표님이 '네가 되게 재밌다고 할 만한 시나리오가 있다'며 건넸다. 시나리오를 봤더니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힙합신에서 왔다. 언더그라운드다. 독립영화부터 하지 않았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할 거라는 걸 아신 것 같다. 2번 읽고 '갑시다' 했다"고 설명했다.
변요한이 연기한 구정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고객이 맡긴 카드키로 빈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취미를 가졌다. 그리고 집주인이 알 수 없을 만한 사소한 물건을 손에 넣어 자신만의 공간에 전시하는 병적인 캐릭터.
그는 "캐릭터는 저도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범죄적인 지점엔 절대로, 조금도, 한치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연기를 해야 하니 편견 없이 내 몸뚱이 안에 구정태란 인물을 잘 담아야 했고, 끊임없는 이해가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극 초반엔 정태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변요한의 연기력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는 중반 이후 한소라 역의 신혜선과 에너지가 충돌할 수 있도록 제 몫을 다했다.
변요한은 "전반에 제가 달리는 부분인데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놓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게 연기하면 잘못되는 것 같더라. 변태로 가던가 좋은 사람으로 미화되는 싸움이었다. 그 수평선을 이루면서 가야 했기에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세휘 감독은 변요한에 대해 "빈구석이 많은 시나리오를 잘 채워줬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변요한은 "모든 연기는 부족하고, 모든 글에는 빈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우는 게 저희의 작업"이라며 "대본에 모든 정답이 있었다. 감독이 겸손하게 하신 말씀이다. 연기를 했을 때 빈 곳이 있다면 감독이 다 잡아주셨다. 감독이 다 했다"고 공을 돌렸다.
김세희 감독에 대해 변요한은 '천재'라고 했다. 그는 "저도 어느 정도 연기를 했고 많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에 대해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집중력과 대단한 시나리오다. 집중력이 재능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신혜선에 대해선 "본질적으로 자기 에너지를 인정하고 던지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여린 친구인데 한소라라는 인물을 자기 안에 넣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강하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변요한, 신혜선이 출연하는 '그녀가 죽었다'는 오는 15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