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모델인 ‘알파폴드’의 세 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인체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분자 구조를 분석하고 외부 물질과의 상호작용도 예측할 수 있다. 몇 년씩 걸리는 신약 개발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 딥마인드는 7일(현지시간)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알파폴드3를 공식 출시했다. 작년 11월 ‘알파폴드 최신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이 모델을 처음 공개한 지 6개월 만이다. 세포는 단백질, DNA, RNA, 리간드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어느 하나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은 없다. 수백만 개 유형의 조합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봐야만 생명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은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과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알파폴드 서버’를 구축했다. 회사 측은 “비상업적 연구자는 서버를 통해 대부분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며 “생물학자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단백질, DNA, RNA 등으로 구성된 구조를 모델링할 수 있다”고 했다.
알파폴드3는 AI 기반 신약 개발사인 아이소모픽랩스와 함께 개발했다. 이 회사는 구글 딥마인드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2021년 분사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아이소모픽랩스 CEO도 겸직하고 있다. 구글 측은 “알파폴드3를 기반으로 아이소모픽랩스는 인류의 가장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고 신약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1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일리로부터 4500만달러(약 600억원)를 선불로 받은 뒤 향후 실적에 따라 로열티를 제외하고 최대 17억달러까지 받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바이오업계에선 알파폴드3가 신약 개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신약개발업체 노보렉스의 손우성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 ‘답안지’라고 할 수 있는 화학물질(저분자화합물)과 단백질의 결합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혁신”이라며 “기존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은 물론 희소유전병 치료에 쓰이는 첨단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외에 다른 빅테크도 앞다퉈 바이오 부문 AI 모델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AI 모델인 ‘에보디프’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엔비디아도 AI 기반 신약 개발 클라우드 서비스 ‘바이오니모’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이우상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