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자를 지급하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고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액은 전날 기준 83조8411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1일 81조96억원에서 한 달여 사이 2조8315억원 늘어났다. CMA 계좌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국공채, 어음 등 단기금융상품에 매일 투자해 수익금을 나눠주는 계좌다. 자유롭게 돈을 뺄 수 있어 투자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CMA 잔액은 연초 74조7814억원에서 시작해 3월 중순까지 80조원 아래를 맴돌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미국 채권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자 3월 29일 80조5384억원으로 80조원을 웃돌았다. 이후 80조원 안팎을 넘나들다가 이달 들어선 83조원을 넘었다.
법인의 대기성 자금인 MMF 설정액도 증가했다. 법인 MMF 규모는 지난달 1일 174조3201억원에서 전날 193조6249억원으로 한 달여 만에 11.07% 증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기자금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증권가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꺾여 오는 6월부터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3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 오르는 등 Fed의 목표치인 ‘2%대’에 근접하지 못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지고 있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증시 지수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끈적한 물가로 인해 높아진 시장금리가 주식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5월 들어 2700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레고랜드 사태에서 단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과 금융시장이 시장 변동에 대비해 미리 MMF로 여유 자금을 쌓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